2022년 1121일(월)

 

 

<잡설>

감았던 눈을 떴다. 들려오는 안내 방송에 고개를 돌리자 창밖으로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먼지인지 안개인지 모를 희뿌연 무언가에 휩싸여있는 도시. 비행기 날개 끝이 그 입자층을 가르고 기체가 무겁게 활주로 위에 내려앉을 때, 내 시선은 저절로 하늘을 향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 사실을 깨달은 나는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왔음을 실감했다. 예전 산업혁명 시기 런던에 붙었던 안개의 도시라는 별명은 이제 이 도시의 몫이라고, 비행기를 스치는 바람이 우리에게 속삭이는 듯했다.

 

내가 이번 여행을 계획한 것은 굳이 얘기하자면 의욕을 회복하기 위함이었다. 올해 노력했던 것들이 무의미하지는 않았어도 결과로 나타나지 못한 것은 사실이었고, 그로 인해 한동안 탈력감을 떨쳐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단순히 방에서 쉬는 것으로 상태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아예 타국에 몸을 내던져보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하는 충동의 결과물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번에 친구가 한 번 여행할 때 뽕을 뽑아야 한다는 듯 이런저런 여행지들을 후보지에 구겨넣을 때도 나는 별다른 반대 없이 모든 제안을 수락했다. 일정의 현실성 따위에 토론하기보다 스스로 찝찝할 정도로 프리라이더가 되기를 택했다. 그 결과 이번 여행의 일정은 꽤 빽빽해졌고, 한 번 욱신거리기 시작한 몸은 마지막날까지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여행을 후회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그 빡빡한 일정 덕에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고, 그럼에도 보지 못하고 지나쳐야 했던 것들 역시 많으니까. 그럼 이번 여행 덕에 의욕을 되찾았는가? 글의 완성도를 생각하면 그렇다고 대답할 차례인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짐을 풀고 며칠간은 몸이 아프니 오히려 더욱 게으름 속에 잠기게 된 느낌마저 들었으므로. 원래 세상은 그리 극적이지 않은 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실에 실망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내 인생은 항상 그래왔다. 어떤 명확한 계기도, 엄청난 우여곡절도 없었지만, 내 입맛도, 시선도 평생에 걸쳐 자연스럽게 달라져 왔다. 그러니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다시 맞게 될, 전과 다르지 않은 일상 속에서, 나는 내가 다시 발을 내디딜 힘을 되찾게 될 것을 믿는다.

 

 

<일정>

공항

그리고 집

*개인 기록이 주 목적인 글입니다. 주관적 감상평이므로 참고만 하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2022년 1120일 일요일

 

<잡설>

텐진역에 처음 내렸을 때 입구에서부터 크리스마스 전구가 가로수들을 온통 휘감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일본에서 일루미네이션이라고 부르는 행사였다. 아직 크리스마스가 한 달도 넘게 남은 시점이었기에 내게 처음 떠오른 생각은 얘네 왜 벌써부터 난리지?’였지만, 이틀 뒤 불빛이 하카타역 광장을 가득 채우고는 흘러 넘치듯 거대 크리스마스트리로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그 화려함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전히 성탄절을 맞아 백화점을 단장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지만. 내 친구는 나의 이 평가에 그건 네가 애인이 없어서 그래,” 라고 화답해왔다.

 

내가 일루미네이션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도쿄 여행을 준비하던 시기였다. 수험생활이 끝나고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 나는 친구와 여행을 계획하던 중 인터넷에서 일루미네이션! 빛의 축제!’라는 문구와 함께 포스팅된 사진 한 장에 시선이 끌렸다. 빛의 축제라는 단어를 보고 내가 상상했던 것은, 하늘 높이 스포트라이트가 쏘아지고, 불빛으로 장식된 대로변과 시설물 사이를 각양각색으로 발광하는 퍼레이드 차량과 춤추는 사람들의 행렬이 신나는 음악을 퍼뜨리며 시야 저편으로까지 이어지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여행 중 얼마 없는 시간을 쪼개 카레타 시오도메를 찾아갔을 때, 나는 큰 실망감을 느껴야만 했다.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작은 공터의 나무들에 걸린 크리스마스 불빛 말고는. 빛의 축제라고 거창히 명명된 일루미네이션의 실체는 그게 전부였다.

 

이번에 후쿠오카를 거닐며 과거 도쿄에서의 일을 떠올린 뒤, 일루미네이션이라는 행사의 정체가 궁금해져 조사해본 일이 있다. 영어로 된 명칭을 가진 만큼 다른 나라의 사례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고, 그 나라들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행사가 진행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알게 된 것은 일루미네이션이라는 단어를 행사의 이름으로 쓰는 것은 전적으로 일본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일이라는 사실이었다. 구글링을 해봤을 때도 축제 이름으로서의 일루미네이션은 일본 관련 문서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으며, 최초의 일루미네이션도 1981년 삿포로 오도리 공원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나마 우리나라 부산 김해에서 이를 벤치마킹하려 했는지 2017년에 일루미아라는 명칭을 붙인 것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행사의 주체였던 일루미아 주식회사가 폐업상태인 것으로 보아 유의미한 용법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니 혹시 나처럼 그 생소한 이름에 현혹되어 과한 기대를 품은 사람이 있다면 알아두기를 바란다. ‘일루미네이션은 우리말로 크리스마스 장식이다.

 

 

<일정>

오오하시 역

야나가와

히노데야

다자이후

하카타 일루미네이션

하카타 라멘 텐

조이풀 파르페

 

<오오하시 역>

-평점: 3/5

-사실 평점이랄 것도 없는 게 그냥 기차역이다

-다만 역사 앞 작은 공원에 공연장이 설치되어 있는데, 여기서 종종 동네 지하 아이돌 공연이 열린다. 내가 갔을 때는 주말이었음. 아무래도 지하 아이돌이라는 게 일본에만 있는 문화다 보니 한 번쯤 구경할 만한 듯. 당연히 노래랑 춤 실력이 좋지는 않으니 그쪽으로는 기대하지 말 것

-가족 나들이 느낌으로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많은 거 같았는데, 그 사이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몇몇 팬들이 모든 안무 동작을 외우고 따라 추는 광경을 목격함. 그걸 보니 아이돌의 실력이 좋지 않음에도 저 정도의 열성적인 팬이 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했음. 지지하는 아이돌의 성장과 활동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가볍게나마 교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인터넷 방송이 연상되었는데, 혹시 인터넷 방송인들의 내수용 밈들을 즐기는 팬들과 같은 느낌일지? 우리나라의 경우 유튜버와 개인방송의 위세가 비슷한 반면 일본은 유튜버는 활성화되어 있고 개인방송 쪽은 그 정도가 미미하다고 들었는데, 어쩌면 제공하는 자극의 종류가 지역 아이돌이 제공하는 것과 어느 정도 겹치기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음

 

<야나가와>

-평점: 5/5

-후쿠오카 여행을 오면서 제일 기대했던 곳이고 그 기대를 충족시켰던 곳. 일본의 베니스라는, 일본관광공사에서 붙였을 법한 별명처럼 마을 전체가 수로로 이어져있음

-후쿠오카 시내가 아니라 근교에 해당하는 지역임에 유의. 구글맵에 검색해보면 가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거로 나오는데, 열차를 타는 시간만 따지면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음. 일반 열차인지 특급열차인지만 주의할 것. 역 개찰구에 안내하시는 분들이 기다리고 있으며 그분들을 따라 관광버스를 타고가면 야나가와를 즐길 수 있음

-중국영화에서 강에 떠있는 배들을 보면 뱃사공들이 배 뒤에서 긴 막대를 들고 있는 장면이 종종 보이는데, 그게 노가 아니라 바닥을 미는 막대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기서 알았다. 앞으로 미디어에서 뱃사공이 막대를 들고 있는 것을 보면 그 강이 얕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음

-솔직히 말하면 일본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면 그 재미가 상당히 반감될 수 있음. 배를 몰며 안내해주시는 분들이 영어를 조금은 하시나, 일본어로 10분 떠들면 영어로 10초 정도 안내해줌. 건너편 좌석에 한국인 여성 두 분이 있으셨는데 이렇다보니 마지막 쯤 되니까 상당히 지루해하는 것 같았음. 나는 친구가 옆에서 통역을 해준 관계로 잘 즐겼고 꽤 만족함

-배를 타는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되므로 날씨를 잘 보고 모자처럼 햇볕을 가릴 만한 것들을 챙겨오기를 바람. 가을이었는데도 햇볕이 몹시 따가웠던 거로 기억. 선착장에서 모자를 대여해주는 것 같기는 하나 당연히 유료이다.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 추천 점수로는 4점을 줄 수도 있으나 후쿠오카에서 이 정도 특색을 가진 곳이 드물다 생각해 5점을 주는 것이 합당하다 생각. 그래도 왠만하면 통역 가능한 사람과 함께 갈 것

 

<히노데야>

-평점: 3/5

-장어 덮밥집이 모여있는 거로 유명한 야나가와의 덮밥집 중 하나. 야나가와에 오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함

-솔직히 말하면 서비스도 좋고 맛도 있었음. 하지만 말했다시피 장어 덮밥집이 모여있는 동네이기 때문에 대체재가 많다는 점 때문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애매한 듯

-다른 집들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그릇이 밥알이 밑으로 많이 흐르게 되어있어 아쉬움. 아마 조리 방식 때문일 거 같은데, 찜기 위에 나무통을 쌓아뒀을 때 아래에서부터 김이 통할 수 있도록 바닥에는 지지대만 있고 그 위로 목재 김밥말이가 펼쳐져 있는 형태임. 일본이다보니 숟가락이 없어 밥알을 먹는 게 어려웠다는 점도 아쉬웠던 요소

 

<다자이후>

-평점: 3/5

-야나가와 여행 코스에서 야나가와와 세트로 꼽히는 곳이라 방문. 교외라 당연히 도심의 신사들보다 크기가 크며 옛 건축의 느낌도 받을 수 있음

-물론 교토의 잔상이 가시기 전에 연달아 방문한 입장에서는 그렇게 감흥이 크지 않기는 함. 하지만 이번 후쿠오카 여행에서 본 건축물 중에 이 정도 건축을 볼 수 있는 관광지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고려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지붕을 뚫고 나온 나무 같은 것은 확실히 이곳만의 볼거리이기는 했음

-역에서부터 이어지는 상가까지 포함했을 때도 괜찮은 여행지이기는 함. 지브리 테마의 상점이 있으며, 스타벅스 오모테산도 점의 경우 일본 유명 건축가 쿠마 켄고가 설계했다는 거로 유명. 확실히 비쥬얼이 강렬했던 것으로 기억. 여기까지만 따지면 4점을 줄 만하다고 생각함

-다만 흠이라면 역시 위치. 위의 장점들을 고려하더라도 굳이 이곳 하나만을 보기 위해 와야하냐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것 같음. 야나가와에 들렀다가 온 입장에서도 다자이후로 가려면 중간에 내리는 게 아니라 환승을 해야하기 때문에 중간에 피곤함과 귀찮음을 느껴 생략할까 고민하기도 했음

 

<하카타 일루미네이션>

-평점: 3/5

-위의 잡설에서도 말했지만, 그냥 하카타 어뮤플라자와 그 앞 대로로 이어지는 크리스마스 장식의 나열임. 당연히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개최된 거고 굳이 일루미네이션을 보기 위해 올 곳은 아님. 어차피 쇼핑하러 하카타역 쪽으로 오면 자연스럽게 보게 되어있으니... 다만 확실히 규모가 크고 화려하기는 해서 나쁘지 않기는 함. 위랑 동선상으로는 꼬이기는 했는데, 출국 하루 전이었기 때문에 집에 사 갈 간식 같은 것은 이날 사는 게 좋을 것 같아 하카타에 방문함

 

<하카타 라멘 텐>

-평점: 2/5

-오오하시역 근처에 있는 돈코츠 라멘 집. 구글맵에서는 일본어로 검색해야 나옴

-후쿠오카가 돈코츠 라멘의 본산 같은 느낌이므로 꼭 가기 전에 한 그릇은 먹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방문함. 돈코츠라멘 답게 국물 맛은 진하지만 부담스럽지는 않고 맛있었음

-솔직히 맛만으로는 매우 추천하고 싶은데 메뉴가 전부 일본어로 되어있어서 관광객들한테 적합한지는 모르겠음. 거기다 메뉴판을 손글씨로 적어놔서 파파고가 될런지. 오오하시역 자체도 중심가에서는 멀리 떨어진 곳이고 주변에 관광명소가 있는 것도 아니라 여러 가지 이유로 감점

-100엔인지 120엔인지 정도를 지불하면 라멘 리필이 가능함. 양이 많으신 분이라면 고려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 근데 일반메뉴랑 특별메뉴가 있는데 특별메뉴 쪽은 면이 달라서 리필이 안 되는 거로 아니 참고할 것

 

<조이풀>

-평점: 2/5

-지금 여기서 내리는 평가는 오로지 파르페에만 해당하는 평가임. 살면서 파르페라는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파르페를 먹으러 갔음. 심지어 밖에 광고판으로 특선메뉴로 적혀있길래 어느 정도 맛이 있을 줄 알았는데... 결과부터 말하면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맛이 없을 수가 있는지 여기 먹고서 다시는 파르페를 먹지 않겠다고 다짐함.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이 투입되었음에도 딸기와 치즈, 과자, 생크림, 그 전체적인 부조화를 조금도 구제해내지 못함. 수준 미달

-패밀리 레스토랑이고, 일본에 몇 없는 24시 운영하는 업체. 우리나라 학생들이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처럼 일본 중고등학생은 여기를 많이 이용한다는 듯. 또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패밀리 레스토랑이 종종 등장한다는데 대체로 그 모티브가 이 조이풀이라는 업체라는 모양. 체인점이므로 일정이 저녁 식사시간보다 애매하게 늦었거나 하는 상황에서 고려할 만할 듯? 그러나 만약 다른 음식들이 다 이 파르페 수준이라면, 나라면 무조건 편의점에 갈 듯

*개인 기록이 주 목적인 글입니다. 주관적 감상평이므로 참고만 하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2022년 1119일 토요일

 

<잡설>

스시로에서 저녁을 먹고 친구네 자취방으로 향하던 길에 익숙한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 싸이의 챔피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 익숙한 비트가 반가우면서도 의아함을 느꼈다. 이 노래가 캐치하고 좋기는 하지만 2022년에 타지에서 울려 퍼질 노래인가? 그렇게 귀를 기울이던 중, 곧이어 나는 한 번 더 이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가사가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였고, 목소리도 싸이의 목소리가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옆에 있던 친구한테 물어보자 그 친구는 잠시 생각하더니 "아마 호스트클럽 노래지 않을까?" 하고 답했다. 일본 호스트클럽들에서는 종종 소속 호스트들에게 캐릭터 송같은 것을 배정하는데 해외 노래들을 개사해서 만드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일본 호스트바에 대해 접해본 것은 우연히 유튜브에서 본 토요코 키즈 관련 영상 말고는 처음이었기에 이런 식으로 접할 일이 생겼다는 사실 자체가 내게는 몹시 신기한 일이었다.

 

이번 후쿠오카 여행에서는 그런 음지 같은 의미에서 유흥의 흔적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시작을 끊은 것은 케고 신사였다. 인터넷에서, '현지인들이 애용하는 후쿠오카 도심의 신사 중 족욕시설이 있는 신사'라는 소개글만 읽어봤던 나는 신기한 마음에 케고 신사를 여행코스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곧 친구한테서 케고신사가 현지인들에게 그리 긍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케고 신사는 난파 핫플 혹은 난파의 메카 같은 곳으로 꼽히는 모양이었다. ‘난파란 우리나라로 치면 헌팅이나 번따에 해당하는데, 헌팅이나 번따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그런 쪽으로 핫하다보니 양아치들이 많이 몰려 사람들이 꺼려하는 듯했다. 실제로 지나가면서 봤을 때도 희안한 방식으로 꾸민 사람들이 끼리끼리 뭉쳐있었는데, 조명까지 침침하다 보니 음침한 분위기가 풍겨 조심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오오하시 역 근처에서는 걸즈바라는 곳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걸즈바는 이름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여자 호스트바 같은 곳인 모양이었는데, 신체적인 교류 없이 전담 말 상대 서비스 정도에 집중하는 곳이라는 듯하다. 평일 저녁에는 거리에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다는데, 내가 오오하시에서 머물렀던 것은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였기 때문에 그런 모습까지는 보지 못했다. 친구가 설명해준 바에 따르면 원래 과거에는 지금 나카스 포장마차가 있는 지역부터 나카 강을 따라 환락가가 크게 발달해있었다고 한다. 그것이 도시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점차 축소되거나 흡수되었고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고 하더라. 지금도 나카스 지역에는 여전히 걸즈바 같은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모양이고 오오하시에서의 풍경들도 그러한 이력의 잔재로 여겨진다는 것 같았다. 유흥업소와 관련된 이야기는 한국에 있을 때는 전혀 관심도 두지 않던 주제였는데, 우리나라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일까? 타국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매우 흥미로웠다.

 

 

<일정>

우동 타이라

스미요시 신사

캐널시티

하카타 어뮤플라자

오오호리 공원

후쿠오카시 시립 미술관

라라포트

카미무라 무한리필 소고기

큐슈 국립대 오오하시 캠퍼스

프리버드 야끼토리

 

<우동 타이라>

-평점: 5/5

-보통 관광객한테 유명한 집이라고 하면 맛을 기대하지 않는 편인데 여기는 꽤 만족함. 한국에만 유명한 집은 아니고 한중일 손님 비율이 1:1:1 정도 되는 듯

-우동으로서의 맛은 기본적으로 괜찮으면서 면의 질감이 독특함. 개인적으로는 식당을 선택할 때 우동의 우선순위가 높지는 않았음. 기계든 아니든 수준이 대체로 획일화되어있고 상향 평준화되어 있어 어디서 먹든 비슷비슷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 그런데 여기는 흔히 생각하는 매끈매끈한 면이 아니라 부들부들한 식감을 가지고 있어 독자적인 색깔이 있다고 느낌

 

<스미요시 신사>

-평점: 4/5

-도심에 있는 대형 신사. 숲에 있어서 나무 사이에 건물들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보기 좋으며, 넓고 연못과 다리, 여러 석상과 건축물 등 볼거리도 적당해 조용한 공원 같은 느낌으로 둘러보기 좋음

-한적하고 실제로 주민들이 사용하는 모양. 내가 갔을 때는 사치고산이라고 3, 5, 7살이 된 아이들을 축복해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캐널시티>

-평점: 3/5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유명 쇼핑 단지 중 하나. 웬만한 패션 브랜드는 다 모여있으며 그 외에도 디즈니, 점프, 건담, 반다이 남코 등 유명 캐릭터 상품을 파는 곳들도 많음. 음식점들도 당연히 많음

-개인적으로는 쇼핑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후쿠오카에 오면 꼭 와야 하는 코스인 모양이라 둘러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반다이 남코 쪽이었는데, 캡슐 뽑기 백여 대가 놓여있는 모습이 장관. 반다이 남코와 관련 없는 프랜차이즈도 뽑기로 있었는데 일본 캡슐업계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더라. 캡슐 말고 인형 뽑기나 게임부스, 촬영 부스 같은 것도 있어서 이런 쪽으로 흥미 있으면 올 만한 듯

-건물 1층 중앙에 스테이지가 설치되어 있고 거기서 공연도 종종 하는 것 같다. 내가 갔을 때도 어떤 가수 하나가 공연 전 리허설을 하고 있었음

 

<하카타 어뮤플라자>

-평점: 3/5

-여기도 캐널시티와 함께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쇼핑단지. 하카타역과 붙어있어 오기도 편하고 사람도 많음. 캐널시티는 브랜드 별로 점포가 확실히 나뉘어 있는 모양새라면 여기는 백화점에 가까운 형태를 띠고 있음

-내 경우 지하 1층 식품관에서 집에 사 갈 간식을 사러 왔음. 동선 상 출국 전에 간단히 들려 사 가기 좋아 보임

-대충 훑어본 바로는 패션 쪽으로는 캐널시티와 업체가 크게 겹치지는 않는 모양. 캐릭터 상품 쪽으로는 포켓몬 센터가 있다. 여기에도 디즈니 스토어가 있으니 참고

 

<오오호리 공원>

-평점: 3/5

-후쿠오카시 시립 미술관이 오오호리 공원 내부에 있기 때문에 찾아감. 오오호리 공원 자체는 큰 연못이 가운데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호수공원들과 비슷한 느낌이 들음. 깔끔한 현대식 디자인이라 일본스러운 느낌이 크게 느껴진다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하지만 볼 만한 것들이 있기는 함. 호수 중간을 가로지르는 석조 다리가 있으며 연못 위에 서 있는 일본풍 정자 같은 것도 있어 적당한 분위기는 즐길 수 있음. 무엇보다 후쿠오카 시립 미술관이 있다는 점이 큰데, 미술관 내부에 들어가지 않아도 유리창을 통해서도 내부의 몇몇 대형 작품을 볼 수 있으며, 구사마 야요이의 호박 등 외부 설치 작품들도 있어 지나다니며 보기 좋을 듯함

 

<후쿠오카시 시립 미술관>

-평점: 4/5

-이름이 비슷한 박물관들이 많으므로 검색에 주의. 후쿠오카 시립미술관이고 위치는 오오호리 공원에 있음. 니시진 쪽에 있는 후쿠오카 박물관이나 스사키 쪽에 후쿠오카 현립미술관과 별개임

-미술 전시를 좋아한다면 5. 꼭 한번 보고 가라고 할 정도로 컬렉션이 괜찮음. 샤갈, 앤디 워홀, 살바도르 달리, 구사마 야요이 등 유명 작가의 작품들을 상설전시품으로 보유 중. 듣기로는 오픈 당시 후쿠오카시 시장의 강력한 요구로 욕까지 먹어가며 구입했다고. 다만 미술 전시나 박물관이라는 테마가 취향을 타기 때문에 감점

 

<라라포트>

-평점: 3/5

-2022년에 새로 개장한 쇼핑몰. 밖에 움직이는 거대 건담 모형이라는 독특한 볼거리가 있어 개인적으로는 캐널시티나 하카타 어뮤플라자보다 좋았음.

-다만 흠이라면 위치. 주변에 라라포트 말고 다른 관광지도 없는데 혼자 멀리 동떨어져 있어서 캐널시티랑 어뮤플라자를 제치고 굳이 여기까지 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함. 우리는 시립 미술관 다음 코스로 여기를 선택했지만 거기서 가깝지도 않아서 택시를 타야 했다. 도쿄 오다이바와 함께 일본에 두 대 있다는 상설 건담 모형을 보고 싶은 게 아닌 이상 비추천

 

<카미무라>

-평점: 5/5

-라라포트에 있는 무한 리필 와규 집. 질도 괜찮으면서 가격이 엄청 비싸지는 않아 추천. 당연히 고급 와규를 바라면은 안 됨

-태블릿으로 주문하면 고기가 레일을 타고 배송 오는데 우리나라에서 본 적 없는 방식이라 신기했음. 이런 류의 식당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면 나름 재밌을 것

 

<큐슈 국립대 오오하시 캠퍼스>

-평점: 생략

-친구가 다니고 있는 대학이라 구경차 방문. 사이즈도 크지 않고 관계자 아닌 사람한테 개방하는 곳도 아니므로 당연히 관광코스로 논할 이유가 없음. 기록용으로 남김

 

<프리버드 야끼토리>

-평점: 3/5

-큐슈대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는 야끼토리. 깔끔하게 요즘 스타일로 인테리어가 되어있어 그냥 대학가 주변 포차나 다름 없는 분위기였다. 꼬치 맛도 괜찮고 일본 대학생들이 좋아하는 사케 칵테일 같은 것도 맛볼 수 있어 여기 나름의 장점은 있음. 다만 메뉴판이 일본어뿐이고 주문도 앱으로 해야하는 등 관광객한테는 번거로운 부분들이 있을 수 있어 크게 추천하지는 않음

-다이콘 노 가라아게라는 무 튀김이 유명하다고 함. 국물에 삶은 무에 튀김옷을 묻혀 튀긴 느낌인데 만약 방문했다면 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개인 기록이 주 목적인 글입니다. 주관적 감상평이므로 참고만 하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2022년 1118일 금요일

 

<잡설>

햇살이 내리쬐는 맑은 하늘, 파란 바다와 맞닿는 회백색 콘크리트의 경계, 그 위, 낮은 건물들 사이로 존재감을 발하는 신식 건축물들을 보며 나는 어떤 기시감을 느꼈다. 도진마치역에서 페이페이돔으로 올라가는 길,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다 대략 6년 전 자전거를 타고 송도를 거닐었을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의 송도는, 특히 캠퍼스타운역 부근은, 대학 캠퍼스들과 길게 누운 회사 건물들이 대부분이어서 높은 건물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낮게 깔린 스카이라인 위로 몇몇 아파트단지와 포스코 타워 정도만이 우뚝 솟아있을 뿐. 나는 건물 사이로 부는 바닷바람을 느끼며 그때의 경을 눈앞 이국 도시의 풍경과 겹쳐보았다.

 

후쿠오카시의 도심지역, 그중에서도 주오구와 하카타구는 여러모로 우리나라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많았다. 후쿠오카 타워가 있는 주오구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송도를 떠올리게 했고 나카타구는 신촌-홍대 부근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특히 텐진은 홍대입구역 주변을 떠오르게 했는데, 여러 백화점과 맛집이 모여있는 것부터 대학생에서 사회초년생 정도 연령대의 사람들로 북적북적한 것까지, 경의선 숲길 같은 게 없다는 것 정도만 제외하면 꽤 유사한 점이 많았다. 곳곳에서 한국어가 들렸다는 점도 그렇고. 그래서 여행기간 동안에는 후쿠오카가 타 지역들에 비해 비교적 최근에 현대화가 이루어진 게 아닐까 추측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돌아와 몇 가지 정보들을 찾아보니 그렇지는 않았던 것으로 결론이 났다. 후쿠오카시 자체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가 있던 지역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이름이나 행정구역은 계속 바뀌어왔지만 중국이나 한국과 이어지는 관문이었기 때문에 성세가 흔들린 적은 있어도 크게 쇠한 적은 없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주오구 모모치하마 쪽, 정확히는 지교하마라고 불리는 구역은 송도국제도시가 구상되고 있었을 시기인 1986년에 매립이 완료된 간척지이기 때문에 송도와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 같았다. 그리고 텐진을 비롯하여 후쿠오카시 자체가 도시개혁에 적극적인 편이라 지금도 곳곳에서 재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후쿠오카가 다른 여행지에 비해 이국적인 느낌이 덜했던 것은 이 때문이지 않았나 싶다.

 

 

<일정>

(개인일정 시작)

난수의 광장(paypay)

모모치 beach trail

키누가사 경양식

사자에상 거리

하카타 전통공예관

후쿠오카 타워

모모치하마

텐진

스시로

케고 신사

 

(개인일정 시작)

-함께 왔던 친구는 나보다 이틀 먼저 여행을 시작했기에 이날이 귀국일이었음

-저녁에 현지에 사는 다른 친구를 만나기로 한 것도 있었기에 아침에 해산하고 이날은 개인 일정을 가짐

 

<난수의 광장>

-평점: 2/5

-PayPay돔을 둘러싸며 놓여있는 설치물. 1층이 아니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있는 돔 건물 외곽의 좁은 복도 같은 곳에 있음. 마이클 잭슨과 몇몇 일본의 유명 만화가(일본어라 누군지는 모름)의 손 동상이 있다고 해서 구경하러 감

-근데 굳이 이걸 보겠다고 찾아갈 수준은 아님. 개인적으로는 넓다란 전용 광장이 마련되어 있고, 벽에 수십 개의 손이 박혀있는 웅장한 풍경 같은 거를 상상했는데 실상은 찬밥신세. 손 모형과 이름이 적혀있는 허리 높이 안내판이 4~5개씩 뭉쳐 띄엄띄엄 서 있는 수준이고, 그마저도 내가 갔을 때는 다른 행사를 위한 간이 텐트 따위가 설치물들을 가린 채로 서있었음

-특별히 마이클 잭슨의 흔적을 느끼고 싶다든가 그중에 좋아하는 사람의 손이 구현되어있는 것이 아니면 추천하지 않음. PayPay돔에서 열리는 경기를 봤거나 힐튼 호텔이나 힐튼 런치 뷔페, 일본 아이돌인 HKT48 전용 극장에 방문하는 김에 보러 오는 경우에 한해 겸사겸사 고려해볼 만하기는 할 듯

 

<모모치 beach trail>

-평점: 1/5

-후쿠오카 해안선이 간척되기 전 구 해안선을 보여주는 기념물. 작은 안내문 하나, 비석 하나, 사진 하나를 제외하면 딱히 볼 만한 것은 없음

-당연히 해안선이라길래 강을 따라서 있을 줄 알았는데 강줄기에 수직으로 그어져있으므로 찾을 때 주의할 것

 

<키누가사 경양식>

-평점: 2/5

-동네 경양식집. 함바그도 팔고 오므라이스도 팜. 그런데 직접 음식을 만드는 것 같지는 않고 김밥천국에서 제육 덮밥 내오는 느낌으로 5분만에 나옴. 함바그를 먹었는데 건조한 편이었으며 함께 나온 스파게티 역시 그러했음. 그냥저냥 먹을 만한 정도.

-킷사텐이라는 형식의 음식점인 모양...이라 알고 있었는데 검색 결과 킷사텐은 다방에 가까운 모양이라 아닐 수도 있음. 여기는 확실히 음식이 메인. 킷사텐처럼 흡연이 허용되는 음식점이며 실제로 갔을 때도 식탁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있었음

 

<사자에상 거리>

-평점: 3/5

-사실 사자에상 거리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 있음. 일단 사자에상 관련 기념물과 직접 관련이 있는 곳은 니시진 역에서부터 세이난 가쿠인 대학으로 이어지는 거리 하나가 전부. 니시진 역 쪽 코너에 사자에상 캐릭터를 이용한 안내문 하나가 있고, 블록 중간쯤에 대학교 입구 앞으로 사자에상 동상이 있으며, 블록 제일 끝에 기념비 하나와 사자에상 남매의 동상이 설치되어 있음. 넓은 의미의 사자에상 거리는 니시진 역에서부터 후쿠오카 박물관, 후쿠오카 빌딩까지 이어지는 관광로에 해당. 실제로 위에서 말한 안내문에도 넓은 의미를 기준으로 적혀있음

-만약 좁은 의미의 사자에상 거리를 생각하고 오는 경우 사자에상에 대해 아는 게 적을수록 의미가 줄어듦. 테마에 맞춰 꼼꼼히 꾸며져 있는 것도 아니고 위에서 언급한 안내문 하나와 동상 두 개가 전부라 정말 저 거리를 보며 작중의 배경을 떠올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면 크게 의미가 있는 곳은 아닐 것으로 생각됨. 내가 이 케이스에 해당해서 개인적인 감상만을 놓고 보자면 2점까지도 줄 수 있을 듯

-넓은 의미의 사자에상 거리를 생각한 거라면 무난함. 나처럼 PayPay돔 쪽으로 온 게 아니라 니시진 역을 통해 온 거라면 어차피 걸어야 할 골목(아마 대부분 여기에 해당될 거로 생각된다). 대학가도 구경하고, 온 김에 동상 몇 개 보면서 아 저게 사자에상이라는 만화의 캐릭터구나!’ 하는 느낌으로 지나가는 거면 무난하게 볼 만함

 

<하카타 전통공예관>

-평점: 3/5

-구글에서 보이는 사진도 그렇고 몇 년 전 리뷰 글도 그렇고 원래는 후쿠오카 박물관 옆에 따로 설치되어 있었던 거 같은데 지금은 편입됨. 박물관 2층에 위치

-가격은 무료이고 10분이면 다 볼 수 있는 정도. 가볍게 볼 만하다고 생각하나 전통공예라고 해서 엄청 과거에 만든 것들을 모아놓은 게 아니라 전총 기법들을 바탕으로 현재에도 계속 생산이 이어지고 있는 공예품들과 그 이론들을 소개하고 있는 것임에 유의

-구매가 가능한 것들도 있고, 기념품 가게도 같이 있으므로 참고

 

<후쿠오카 타워>

-평점: 3/5

-그냥 모모치 해변 앞에 서있는 고층빌딩. 랜드마크 그 이상의 의미는 없음. 구름 하나 없는 넓은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볼 만하기는 했음

-위에 전망대가 있다는데 800엔 정도. 야경 보기에 좋다고는 하는데 낮시간에 방문한 입장에서는 굳이 그 돈 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음. 커플이라면 자물쇠 거는 곳이나 기모노 대여소가 안에 있다고는 하는데 굳이...... 물론 이거는 감성의 영역이므로 판단은 알아서

 

<모모치 해변>

-평점: 3/5

-솔직히 말해서 그냥 모래 고운 바닷가에 해당. 후쿠오카 타워에 온 김에 구경하는 곳

-앞에 마리존이라고 있는데, 관광지가 아니라 웨딩 촬영을 위해 운영되는 사설 촬영장이라고 하므로 신경 쓰지 말 것

-10분 정도 멍하니 앉아서 바닷바람을 쐤는데 나름 좋았음

 

<이동: 모모치-하카타역-텐진역>

-숙소에서 짐을 챙겨야 했기에 하카타역을 경유. 텐진에서 현지 지인과 합류

 

<스시로>

-평점: 3/5

-텐진 시내 회전초밥집. 당연히 엄청난 맛은 아니지만, 회전초밥임을 고려하면 질도 신선하고 맛도 괜찮은 편

-나름 알려진 곳이다 보니 사람이 굉장히 많음. 사실 그 대기열을 뚫고 먹어야 하는 집인가 싶기는 함. 대체재가 있다면 그쪽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을 듯

-일반적인 회전초밥처럼 무작위로 나오는 회전초밥을 챙겨가는 방식이 아니라 태블렛으로 주문한 초밥이 나오는 방식. 그릇 밑 플라스틱 받침에 있는 라벨 색깔이 주문한 테이블을 의미하므로 아무거나 픽업하면 안 된다는 것은 알아둘 것

 

<케고 신사>

-평점: 2/5

-크게 볼 만한 것은 없고 동네 공원에 가까운 작은 신사. 인터넷에서는 족욕시설이 있는 점을 특이한 점으로 꼽았었는데, 궁금해서 둘러봤음에도 밤이라 발견하지 못함

-일본에서 헌팅이 유명한 장소라고 해서 밤에는 날라리 같은 애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음

 

*개인 기록이 주 목적인 글입니다. 주관적 감상평이므로 참고만 하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2022년 1117일 목요일

 

<잡설>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표현은 우리나라에서 일본을 묘사할 때 자주 사용하는 수식어다. 내가 이번 여행일지 앞부분에 예전 도쿄 여행을 떠올리며 사용한, '친숙해야 할 것들로부터 느껴지는 이질감'이라는 표현 역시 어느 정도는 이 상투적인 표현과 맞닿아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적어도 어느 한 분야에 대해서는 그런 이질감을 느낄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바로 음식이다. 일식은 우리나라에도 대중화되어 있고, 도쿄에서도 음식에 관해서는 이상함을 느낀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이번 여행에서도 음식이나 식문화는 매우 친숙할 것이고 당황할 일도 없을 것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여러 번 놀라움을 느껴야 했고, 그것이 얕은 생각이었음을 깨달았다.

 

내가 처음 그 사실을 느낀 것은 경단으로부터였다. 나는 기타노텐만구 앞에서 첫 경단을 먹었다. 예전에 접했던 일본 매체들에서 경단이 자주 다뤄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일본의 전통적인 간식을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단을 먹은 바로 다음날, 나는 무언가를 확인하기 위해 텐슈텐동 옆에서 두 번째 경단을 시도했다. 내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경단의 구조였다. 우리나라에서 앙금이 있는 떡은 보통 속을 떡으로 감싸는 형태로 만든다. 아마 속이 겉에 있으면 잡았을 때 모양이 뭉개지거나 손에 잘 묻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경단은 우리가 속이라고 말하는 것이 떡을 감싸는 형태로 되어있었다. 팥고물과는 달리 갈은 팥의 두께가 경단 지름의 3분의 1이나 되었고, 떡의 지름은 그와 비슷하거나 작았다. 인터넷에서 본 이미지들의 색깔이 다양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꿀떡과 연결지었던 것일까? 이 사실을 경단을 한입 베어물고 나서야 알게 되었으니 놀라움의 크기가 작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라면 국물을 마시면서도 나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정확히는 라멘 토우이치에 갔을 때의 일이다. 내가 전에 갔던 소바집이나 라멘집들은 대부분 식탁좌석이나 창가좌석으로 되어있었다. 하지만 라멘 토우이치의 좌석은 오픈키친 형태로 옆 사람과 붙어 앉아야 했다. 안 그래도 입구의 일본어 자판기에서부터 곤란을 겪었던 터라 주변을 신경쓰고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음식을 받자마자 국물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의 문제가 머리를 강타했다. 우리나라에서처럼 소리를 내며 국물을 마시면 예의에 어긋나는 것인지가 신경쓰였던 것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들 소리가 들리도록 국물을 마시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나 편하게 라멘을 먹을 수 있었다. 나는 이때의 일을 잊고 있다가 귀국 후 유튜브에서 일본인들이 나오는 영상을 접하고 다시 기억해냈는데, 그 일본인 패널에 의하면 일본에서는 국물을 소리내서 먹는 것이 오히려 음식이 맛있다는 의미이므로 예절에 부합하는 모습이라고 하더라.

 

이것 외에도 생각 외로 일본에서 생소하게 느껴진 모습들은 많았다. 바삭함을 대하는 태도라거나, 식당들이 대부분 소금 후추 사이에 찻잎을 배치해놓는다거나. 하지만 반대로 다르다고 생각했다가 도로 친근하게 느끼게 된 음식이 있는데 바로 메론빵이다. 나는 한국에 있는 일본식 빵집에서 메론빵을 처음 접했는데, 그때 본 메론 빵은 멜론처럼 연두색이었고 설탕에 온통 코팅되어 끈적하기까지 했다. 도쿄에서 사 먹었던 메론빵도 그런 식이었고,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나는 다음부터는 메론빵은 고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이번 교토역 편의점에서 발견한 메론빵은 담백하게 노르스름한 색을 띄었고, 나는 생각지 못했던 모습에 메론빵을 다시 집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알게 된 것은 메론빵은 소보루빵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소보루의 모양만 좀 더 정돈되어있을 뿐. 이 역시도 이번 여행의 유쾌한 발견 중 하나였다.

 

 

<일정>

6시 반 출발

니조성

교토역

간사이공항

후쿠오카공항

덴푸라 하라오 다이묘점

나카스 포장마차 거리

구시다 신사

토쵸지

와카하치만구 신사

천년문

 

<니조성>

-평점: 4/5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건립하고 이후 쇼군이 머물기 위해 사용했다는 성

-외관 상으로는 교토 특유의 뻥 뚫린 하늘을 배경으로 하얀 벽이 낮게 깔린 지붕을 따라 이어지는 모습이 아름답다. 금박은 당연하고 나무로만 만들어진 지붕 장식들도 매우 화려하게 느껴짐

-내부 구조에 대해서는 그 사람의 권력에 따라 사람들이 앉을 자리의 지붕 높이를 다르게 설계했다는 얘기나, 암살이 두려워 일부러 걸을 때 소리가 많이 나도록 설계했다는 얘기 등 흥미로운 내용들이 상세하게 적혀있었음. 일정이 바쁘지만 않았다면 좀 더 진득하게 읽으며 지나갔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정원은 교토에서 자주 보게 되는 선종 정원이 아니라 풀과 나무로 이루어진 녹색 정원에 해당. 조형은 예쁘게 잘 설계된 듯했으나 개인적으로 취향에는 맞지 않았음. 면적은 넓으나 성벽과 함께 니조성 본건물을 겉에서 둘러싸고 있는 형태라 성벽이 연장된 것처럼 답답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직 공사 중인 구역들이 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기도

 

<이동: 교토역-간사이공항-후쿠오카공항>

 

<덴푸라 하라오 다이묘점>

-평점: 4/5

-텐진 북쪽에 위치한 튀김 집. 밥 한 공기에 튀김을 하나씩 제공해주는 방식으로 나옴

-매우 전형적인 맛. 깔끔하게 맛있는 일식 튀김을 먹고 싶다면 괜찮은 선택이라 생각함

-자판기로 먼저 주문하는 방식이므로 종업원한테 관광객용 메뉴를 달라고 요청할 것. 한글 메뉴가 있었던 거로 기억

 

<나카스 포장마차 거리>

-평점: 1/5

-뭔가 가격이 싸지도 않고 주변에서 담배 냄새도 많이 나는 바람에 음식을 사먹지는 않음. 당연히 음식도 그냥 포장마차 메뉴지 특별한 메뉴는 없으므로 강변의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면 그다지 추천하지 않음

-관광지로서는 그 이상으로 추천할 만한 곳은 아님. 처음 이름을 봤을 때는 강변을 따라 수십 개의 포장마차가 줄지어 이어지는 경관을 기대했는데 그날에는 대여섯개 정도가 전부였음. 그냥 강을 구경하다 캐널시티로 빠지는 편이 나을 거라고 생각

 

<구시다 신사>

-평점: 4/5

-시장과 붙어있는 신사.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강변 쪽 입구에 기업 로고 같은 게 그려진 수십 개의 등불들이 매달려 있음. 역사가 길지는 않은 모양이지만 한 번쯤 들릴 만하다고 생각

-면적을 봤을 때 그다지 큰 신사는 아닌데 뭔가 다른 신사에 갔을 때 보지 못했던 이곳만의 요소들이 있음. 건물 지붕에 매달려 있는 뚱뚱한 등불이라든가, 몇백 가닥을 엮은 듯한 거대 새끼줄 같은 것들이 눈에 띔. 조각상이나 장식들도 화려한 것들이 많음

-마을 축제에 사용하는 배 모양의 거대한 가마가 가장 눈에 띄었음. 설명에 따르면 실제로 마을 축제 때 사용한다고 함

 

<토쵸지>

-평점: 생략

-밤에 지나쳐가서 안에 들어가보지를 못하고 사진만 찍음

 

<와카하치만구 신사>

-평점: 2/5(밤 기준)

-동네 목욕탕 같은 느낌의 작은 신사. 밤에 본 것 기준으로는 아예 올 이유가 없다고 생각. 낮에는 좀 다를 수 있으나 규모가 큰 것도 아니고 유적지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 같지도 않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거 같다. 검색해본 바로는 역사는 있으나 고속도로 건설로 1960년대에 현 위치로 옮겨왔다고

 

<천년문>

-평점: 3/5

-적당히 커다란 문과 그 뒤로 길게 이어지는 산책길의 조화가 볼 만함. 하지만 정말로 문 하나가 덩그러니 있을 뿐인 데다 뒤의 산책로도 그냥 아파트 단지 산책로 같은 느낌이라 대단할 정도는 아님. 사진 찍기에는 괜찮다고 생각함

*개인 기록이 주 목적인 글입니다. 주관적 감상평이므로 참고만 하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2022년 1116일 수요일

 

<잡설>

부어오른 잇몸을 손으로 문지르는 감각을 아는가? 나는 이번 여행 내내 그 감각을 발바닥으로 느껴야 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군대에서 행군을 돌았을 때도 이런 느낌까지는 받지 않았던 거 같은데 말이다. 여행 코스를 너무 힘들게 잡았기 때문이라기에는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인 둘째 날 아침부터 발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널널했던 첫째 날을 생각해 보면 일정 탓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뭐가 되었든 이때의 감각은 내게 매우 생소한 것이었고, 발바닥의 고통 말고도 왼쪽 오금과 허리에는 근육통이, 머리에는 두통까지도 있었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 대한 기억은 고통을 잊기 위해 던진 헛소리들과 행군 때처럼 부른 노래들로 가득했다.

 

그렇다고 이번 여행에서의 도보 길들이 내게 고통의 기억만을 남겨주지는 않았다. 친구와의 농담 따먹기도, 다음 목적지에 대한 기대감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거리의 모습을 보는 것이 여행을 떠날 때마다 내가 관전 포인트로 삼는 주요 볼거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교토의 거리에도 기억에 남는 재밌는 요소들이 많았다. 현대적인 건물임에도 이거는 일본이라서 있을 수 있는 건물이라고 느껴지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일본 가게들 사이에 한글로 적힌 간판들을 보거나 백종원 씨의 사진을 보게 되는 일도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립입금지표지판인데, 드나든다는 의미의 출입(出入)이 아니라 설 립()’ 자를 쓰는 것을 보고 기어서 들어가면 문제없는 건가 하는 생각을 떠올리기도 했다.

 

사람들과 관련해서도 인상 깊었던 장면들이 많다. 첫 번째로 기억나는 것은 16일 아침에 본 노란 모자를 쓴 초등학생 행렬이었다. 그 장면은 내게 꽤나 놀라운 것이었는데, 나는 일본 미디어 매체에서 유치원생들이 노란 모자를 쓰고 나오는 것을 보고서는 그게 해당 인물들이 유치원생임을 나타내기 위한 정형화된 상징 표현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날 본 아이들은 유치원생이 아니라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로 보였기에 저 모자가 유치원생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는데, 그 깨달음은 '만약 그렇다면 저 모자에는 문화적 관습이 아니라 기능적인 의도가 반영되어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으로 이어졌다. 내가 떠올린 것은 아이들이 차도에서 운전자들 눈에 잘 띄게 하기 위함이라는 가설이었는데 그게 맞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했다.

 

기요미즈데라에서 본 학생들의 교복도 내게는 신기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다들 알다시피 인터넷을 돌아다니다보면 의도하지 않아도 여러 이미지들을 접하게 된다. 나는 그러다가 가끔 학생 캐릭터를 코스프레한 사진들을 접하게 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는 코스플레이어들의 복장이 너무 코스프레 같다는 생각을 지우지를 못했었다. 일상복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상에서 입는 옷에 가까운 우리나라의 교복과 달리 사진의 일본 교복들은 색이 너무 또렷했고 질감도 이상하게 빳빳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직접 일본에 가보니 그 의상들이 전혀 과장된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별다른 이야깃거리 없이 기억에 남는 분들도 있다. 난젠지 앞 블루보틀에서 자리가 빈다고 열심히 바디랭귀지로 신호를 보내오시던 한 일본 할머니, 난젠지에서 철학의 길로 향하던 중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는데도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한 꼬마 여자애, 후쿠오카 공항에서 빨간색 깔맞춤 패션으로 우리 앞을 지나가 내가 두통으로 혼미한 와중에 ‘아임 올 레드 라이크 아몰레드 같은 헛소리를 날리게 만든 모델 핏의 여성분도 있었고, 다자이후에서는 코스프레도 아니면서 슈퍼마리오처럼 빨간 긴 팔에 파란 멜빵바지를 입고 다녀 눈을 사로잡았던 분도 있었다.

 

그런 분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역시 지은원에서 뵀던 베트남인 부부다. 그분들은 우리가 지은원의 작은 연못 너머로 납골당 건물을 구경하고 있을 때 사진을 요청해오셨었다. 우리는 당연히 그게 두 분의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인 줄 알고 흔쾌히 승낙했는데 갑자기 여성분께서 카메라를 잡으시더니 남성분께서 우리 둘을 이끌고 연못 앞에 서서 어깨동무를 하시더라. 여성분이 간단하게나마 영어가 되셨고, 그래서 우리가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라고 열심히 설명했음에도 괜찮다고 말씀하시며 사진을 찍고 떠나셨다. 그런 것을 보면 딱히 실수였던 것 같지도 않고 이유가 따로 있었을 것임에 틀림없는데, 일본 여행지에서 굳이 자국도 현지도 아닌 제3국의 사람들과 사진을 찍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지금까지도 미스터리다.

 

 

<일정>

7시 반 출발

센티도 브런치 카페

기요미즈데라(청수사)

스타벅스 니넨자카점

레이묘 신사 입구

야사카 신탑

텐슈 텐동

지은원

블루보틀커피 교토

난젠지

철학의 길

은각사

케이분샤 이치조지 점

라멘 토우히치

도지

 

<센티도Sentido>

-평점: 3/5

-핫 샌드위치를 파는 브런치 카페로 카라스마오이케역에 위치. 8시 오픈

-커피가 유명한 듯하며 같이 간 친구가 커피를 좋아해서 방문함. ANA 에어로빅 가공 기술로 로스팅된 커피라고

-핫 샌드위치 맛은 준수하며 브런치카페 다운 구성과 외견도 갖춤. 다만 굳이 일본까지 와서?”라는 의문은 해결되지 않는다. 아침을 먹을 곳이 애매하고 커피를 좋아한다면 가볼 만은 하다고 생각

 

<기요미즈데라>

-평점: 4/5

-청수사라고도 부름. 일본 특유의 쨍한 주황색으로 칠해진 입구가 상당히 튀는 느낌이 있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입구만 넘어가면 웅장한 목조 건축물이 자연과 어우러지는 광경이 굉장히 인상 깊음. , 가을에 매우 좋을 거라고 생각된다

-산책로를 따라 내려오면 청수사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들의 구조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건물 자체보다 이 부분이 더 기억에 남는 듯

-아무래도 금각사, 은각사와 더불어 필수코스로 꼽히는 곳 중 하나이므로 사람이 아주 많다는 점에 주의할 것. 아침 코스로 계획하는 편을 추천

 

<스타벅스 니넨자카점>

-평점: 4/5

-카페보다는 관광지라는 느낌으로 한 번 가볼 만한 곳. 어차피 사람이 많아서 커피를 마시기는 힘들다

-꼭 가봐야 할 곳까지는 아니지만 2층짜리 목조 건물에 다다미가 깔려 좌식으로 앉을 수 있게 되어있는 인테리어가 교토라 볼 수 있을 만한 모습이라고 생각

 

<레이묘 신사 입구>

-평점: 생략

-신사까지 들어가지는 않았고 입구를 지나 오르막길 정도만 조금 올라가 봄

-엄청나지는 않은데 상가보다 살짝 고지대에 있어서 나넨자카의 상가를 내려다보면 일본식 기와 지붕들이 보인다. 그 사이에 야사카 신탑이 솟아있는 모습이 보여 사진을 찍고자 하는 목적으로 잠깐 들림

 

<야사카 신탑>

-평점: 4/5

-니넨자카 상가 사이에 있는 5층짜리 탑. 기요미즈데라에서 버스를 잡으러 대로까지 내려오는 길에 보이는 랜드마크스러운 건물이다. 기본적으로는 탑 하나만 덜렁 있을 뿐이라 신탑을 주 목적지로 노리고 찾아갈 만한 곳은 아니지만, 적당히 임팩트도 있으면서 경로 선택의 부담이 없어 추천

 

<텐슈 텐동>

-평점: 4/5

-꽤 맛있는 텐동 집. 튀김도 다양하게 나오면서 재료도 신선한 것 같고 맛에서도 특별히 흠잡을 데는 없다고 생각

-다만 꼭 이 집이어야 할 특색이 있다기보다 무난한 구성에 퀄리티로 승부한다는 느낌. 전형적이면서 맛있는 텐동을 먹고 싶다면 추천

-텐슈텐동이 있는 길에 기념품 가게들이 많으므로 위치상으로도 나쁘지 않을 듯

 

<지은원>

-평점: 5/5

-그저 지나가는 곳으로 생각하고 전혀 기대하지 않고 갔다가 생각보다 시간을 오래 쓰게 돼 많이 놀랐던 곳. 정원인지 유료 입장하는 구역이 있지만 무료 구역만 돌아봐도 90프로는 즐길 수 있는 거 같음

-입구의 거대한 대문, 대문에서 이어지는 높은 계단, 본당 건물과 부속 건물, 연못 위로 넘어가는 다리와 그 너머 단풍 사이로 서 있는 납골당 등 볼거리가 상당히 많음

-특정 기간에는 야간 행사도 하는 것 같아 일정에 따라 자유롭게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라고 생각

 

<블루보틀커피 교토>

-평점: 3/5

-난젠지 가는 길에 있는 블루보틀 카페. 이미 유명한 장소인 듯 곳곳에서 한국어가 들렸음. 다만 한국인한테만 유명한 곳이라는 느낌까지는 아님

-위에서도 말했지만, 커피 맛은 평가할 수 없음. 다만 교토스러운 목조 건물에 통유리로 뚫려있는 시원한 현대식 인테리어, 유리 너머 중간중간에 있는 정원의 조합이 매우 세련되었다고 생각함. 사진 찍기 좋을 듯

 

<난젠지>

-평점: 4/5

-넓은 정원과 거대한 목조 건물의 조화 너머로 다리 형태의 거대한 수로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 특징

-난젠지를 말할 때, 수로가 아무래도 교토의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요소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느낌이 있음. 하지만 정원과 목조 건축물이라는 조합도 조합 자체는 매우 흔한 구성이지만, 정원이 정원이라기보다는 공원에 가까운 형태이며, 목조 건물도 2층에 올라갈 수 있게 되어있어 나름의 특색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수로를 제외하고도 충분히 멋있는 곳이며 가볼 만한 곳

 

<철학의 길>

-평점: 2/5

-사실상 옆에 수로를 낀 기다란 산책로에 불과. 난젠지에서 은각사로 가는 길에 자연스럽게 지나치는 길. 굳이 찾아갈 곳은 아니지만 피해갈 곳도 아님

 

<은각사>

-평점: 5/5

-금각사처럼 교토를 대표하는 건축물 중 하나. 절 건물 자체보다 선종 정원이 메인이며 그만큼 정원이 화려함

-선종 정원의 경우 그 특유의 형식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모래를 이용해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표현했다고 생각. 솔직히 말하면 그 정교함의 수준이 너무 높아서 과연 옛날에도 이 정도의 연출이 가능했을지 의문이 들기는 함

-모래 정원을 둘러싼 소나무와 연못의 배치도 매우 멋있었음

 

<케이분샤 이치조지 점>

-평점: 3/5

-목조 간판과 문틀, 벽돌로 이루어진 1층의 벽이 인상적인 서점

-멋은 있다고 생각하나 주요 관광지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며, 기본적으로 서점이기 때문에 1층 외견이 사진 찍기 좋다는 것 이외의 메리트는 없어 보임. 우리는 라멘 토우히치를 먹으러 가는 김에 근처에 있어 방문함

 

<라멘 토우히치>

-평점: 3/5

-미슐랭에 실렸던 라멘 집. 맛은 괜찮은 편이고 4점도 줄 만하다고 생각하나 위치가 관광지로부터 동떨어져있는 편이라 아주 추천하지는 않음

-같이 간 친구의 경우 일반 라멘 메뉴를 먹었는데 오사카 라멘의 아주 정석적인 맛이라고 함. 맛과 퀄리티는 좋으나 이 가게만의 특별함이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내 경우에는 츠케멘을 시켜 먹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주 좋았음. 보통 다른 가게들의 츠케멘은 면이 건조한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면을 달걀흰자에 담아 촉촉함을 유지하는 데 성공함. 이 흰자가 소스와 만났을 때 면에 묻는 소스의 농도를 적절히 조절해주는 느낌을 받기까지도 받음. 하지만 비린 맛에 민감한 사람들이라면 흰자의 맛을 견디지 못할 수도 있으니 주의. 소스가 소스보다는 진한 수프에 가까워 부담스럽지 않았다는 점도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던 점

-미슐랭에 실린 집이라고 해서 방심했었는데 대기하는 곳에 영어메뉴가 붙어는 있으나, 주문해야 하는 자판기는 일본어로만 적혀있다. 만약 이 음식점을 방문한다면 메뉴를 보고 이름의 주요한자 몇 개나 금액은 빠르게 머리에 넣고 들어갈 것

 

<도지>

-평점: 3/5

-탑처럼 매우 높게 쌓아올린 절. 야간에는 바깥에 조명을 비춰놓는다고 해서 굳이 입장까지는 하지 않고 외부에서 외관만을 구경했음

-주간과 야간에 유료 입장 범위가 달라진다고 알고 있기에 만약 내부를 구경하고 싶다면 당연히 주간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 주간에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 범위가 더 넓은 모양. 다만 교토역 기준 남쪽에 위치하므로 다른 주요 관광지의 경로와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은 알아둘 것

-구글맵을 치고 갈 경우에 골목길 깊숙이 있는 출입구로 안내한다. 복잡한데다 낮에는 몰라도 밤에는 잠겨있어 멀리 돌아가야만 했었음. 도지를 방문하고자 한다면 근처에 도착한 후부터는 구글맵을 보지 말고 그냥 블록 외곽의 차도를 따라 걸을 것

 

*개인 기록이 주 목적인 글입니다. 주관적 감상평이므로 참고만 하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2022년 1115일 화요일

 

<잡설>

나는 일본 라멘을 아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물론 먹을 때는 맛있게 먹지만 막상 식단을 고를 때가 되면 다른 음식들에 우선순위가 밀리고는 한다. 라멘 집에 가도 덮밥을 주문하게 되는 때가 있어서, 내게 라멘은 사실상 1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한 음식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겨우 3일의 교토 일정에서 세 군데의 라멘 집을 방문하게 된 것은 내게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이 라멘의 나라임을 고려하더라도 말이다. 이유야 뭐가 됐건 나는 이번 여행에서 다양한 가게의 라멘을 접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라멘에 대한 어떤 공통점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중 몇몇은 헛소리나 잡생각으로 시작해서 며칠에 걸쳐 이야깃거리로 이어지고는 했다.

 

예를 들어 교토의 라멘 가게들을 들를 때마다 나는 중화소바라는 표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중화소바와 일본 라멘이 같은 뜻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짜장면을 중화요리라고 파는 것처럼 말이다. 이 기억은 나중에 후쿠오카에 사는 친구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졌다. 그 친구의 말에 따르면 중화소바는 엄밀히 말해 라멘의 전신이고, 그게 일본 전역에 퍼지며 라멘으로 정착했다고 한다. 그것이 후쿠오카에서는 돈코츠, 훗카이도는 시오, 삿포로는 미소, 그리고 오사카는 소유의 형태가 된 모양이다. 중화소바도 라멘과 별도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변화해왔는데, 그 방향성이 소유 라멘과 유사했다고 한다. 때문에 오사카 지방에서만은 라멘과 중화소바의 명칭을 종종 혼용한다더라.

 

라멘 집들에서 교자가 6개씩 나오는 것을 보고는 6이라는 숫자의 절묘함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음식점 테이블은 4인을 기본으로 한. 그런623의 공배수라 그 테이블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포함한다. 혼자 온 손님은 6개를 먹으면 되고, 둘이면 한 사람당 세 점씩, 셋이면 인당 2개를 먹으면 되며, 4명이서 왔다면 두 그릇을 시키면 된다. 윗 문단의 라면의 역사도 그렇고, 6에 대한 고찰도 그렇고 공식 자료를 조사한 것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는 아닐 것이다. 특히 교자 6개 가설은 세 번째 라멘 집에서 10개짜리 교자가 나오면서 바로 깨져버렸다. 하지만 이러한 소재들 자체가 여행 내내 재밌는 관전 포인트가 되었고, 한 군데의 라멘집만을 갔다면 나지 않았을 생각들인 것 같아 나중에 이런 식으로 여행 계획을 잡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느꼈다.

 

 

<일정>

5시 반 출발

혼케 다이이치 아사히 본점

히가시혼간지

아라시야마

아라비카 커피

천룡사

치쿠린

카츠쿠라

Awamochidokoro Sawaya

기타노텐만구

금각사

료안지

클램프 커피 사라사

타이호 라멘

호시미 이나리 신사

 

<혼케 다이이치 아사히 본점>

-평점: 5/5

-교토역 근처 중화소바 집. 진한 간장국물이 특징

-이른 시간에 개장한다는 점에서 아침 일정 잡기에 유리함

-개장 시간이 조금 지나면 줄이 길어지기 때문에 최대한 시간에 맞춰 가는 것을 추천

 

<히가시혼간지>

-평점: 4/5

-니시혼간지와 세트

-나름 규모가 크고 일본 건축의 특징이 분명하게 보인다는 점에서 추천

-하지만 니시혼간지를 봤다면 굳이 볼 이유가 없을 수도 있음. 먼저 도착해있던 친구는 둘 다 갔는데 서로 뭐가 다른지 비교하는 맛도 있다고

 

<아라시야마>

-평점: 4/5

-일단 가을 기준 5점 만점에 5점이라 생각. , 계절에 따른 편차가 있을 수 있어 감점

-단풍과 탁 트인 하늘, 시원한 바람, 얕고 넓은 강의 풍경이 조화로웠음

 

<천룡사>

-평점: 5/5

-적당한 가격인데 실함

-건물을 등지고 일본 선종 정원의 풍경을 느낄 수 있음

 

<치쿠린>

-평점: 2/5

-전형적인 대나무숲

-중간에 철길이라든가 일본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요소들은 분명히 있으나 그뿐

-여기가 가장 유명한데, 개인적으로는 굳이 치쿠린을 보기 위해 아라시야마를 올 필요까지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음

 

<가츠쿠라>

-평점: 2/5

-카라스마역 근처 돈까스 집. 가격대가 좀 있는 편

-히레카츠의 경우 삶은 뒤 튀겼는지 물이 많고 부드럽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으나 로스카츠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좀 잘한다는 일식 돈까스 집과 맛의 차이가 크게 없음. 맛 자체는 괜찮은 편이지만 가격과 비교해봤을 때 만족도가 높지는 않았던 듯 

-한국어 메뉴판이 있다는 것 정도가 장점

 

<Awamochidokoro Sawaya>

-평점: 3/5

-기타노텐만구 근처에 있는 경단 집

-간판의 한자랑 위에 기술한 명칭이 다르다고는 하는데 후쿠오카 친구를 통해 일본 대학 동기들에게 문의해본 결과 흘림체라 읽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구글맵 기준 위의 이름으로 검색하면 됨

-녹차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 경단 자체의 맛은 다른 곳과 큰 차이 없음. 다른 경단집들 사진을 보니까 구워먹는 곳도 있던데 여기는 구워 먹는 경단은 아니다

-경단과 함께 노란 설탕에 버무린 찹쌀떡이 함께 나왔는데 경단보다 이게 더 취향이기는 함

 

<기타노 텐만구>

-평점: 3/5

-학문의 신을 모시는 신사. 전국에서 가장 큰 텐만구로 꼽히는 두 개 중 하나

-건물들이 큼직하고 예쁨. 일본 건축의 건축적 특징이 잘 보임

 

<금각사>

-평점: 4/5

-황금으로 외관을 도배했다는 명성 때문에 4층 정도 되는 웅장한 황금 건물에 압도되는 것을 기대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 호수에 서있는 2층짜리 작은 건물이 금으로 도배된 정도

-건축 자체는 평범한 편이고 황금 벽도 그 자체로 화려하다기보다 은은한 느낌에 가깝다. 햇빛이 물에 반사되어 비쳤을 때는 파문이 벽에 투영되어서 예뻤음

-교토를 대표하는 건축물이고 교토에 왔다면 꼭 한 번 봐야 하는 문화재이기는 함

 

<료안지>

-평점: 1/5

-수많은 선종 정원 건축물 중 하나. 하지만 규모도 작은 편이고 입장료가 1000엔이나 함

-비슷한 구성의 선종 정원으로서는 아라시야마의 천룡사가 크기도 더 크고 가격도 절반이라는 점에서 상위호환이며, 아라시야마 쪽이 워낙 동떨어져 있어 가지 않는다고 해도 필수 코스인 은각사 선종 정원이 있기에 굳이 료안지에 시간과 돈을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

-연못이 있는 정원이 그나마 색깔이 있고 넓은 편인데, 여기는 무료이므로 료안지를 보겠다면 정원만 즐기는 것을 추천

 

<타이호 라멘>

-평점: 4/5

-간장 맛과 고기 맛이 유독 진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음. 나는 취향에 맞았음

-고기를 그릇 외곽을 따라 펼쳐놓은 비쥬얼이 인상적

-맛 측면에서는 추천할 만하나 우리나라 남대문시장의 좁은 통로에 있는 식당들처럼 입구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에 유의할 것. 구글맵을 잘 찾아왔다는 전제 하에 '이 골목이 맞나?' 싶다면 거기가 맞다

 

<호시미 이나리 신사>

-평점: 5/5

-산기슭을 따라 수백 개의 대형 토리이가 계단을 따라 이어져있는 것이 특징. 지하철 역사도 신사의 컨셉에 맞춰 치장되어 있어 볼 거리가 많다. 역사적으로 의미가 크게 있지는 않지만 토리이로 인해 여러 일본 영화 촬영지로도 쓰였다고 함

-산 코스는 2시간 잡고 올라가야 함. 우리는 내 다리 상태가 좋지 않았어서 1시간 정도만 올라가고 끝까지 가지는 않음

-위치가 주요 관광지들과 떨어져있고, 교토에 밤에 볼 수 있는 여행지가 많지 않다는 점 때문에 밤 스케줄로 잡았다. 일정이 빡빡하다면 저녁 특유의 분위기가 있으니 고려해볼 것

*개인 기록이 주 목적인 글입니다. 주관적 감상평이므로 참고만 하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2022년 1114일 월요일

 

<잡설>

참 맑은 하늘이다. 간사이 공항에 내려 처음으로 떠오른 감상은 그것이었다. 그날 내 눈에 담긴 것은 4년 전 도쿄에 갔을 때 내 눈을 사로잡았던 것들과는 달랐다. 도쿄에서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도시의 사소한 디테일이었다. 아파트에 사용된 페인트의 색깔이라든가, 안내문의 형식이라든가. 뭔가 서울이 생각날 듯하면서도 서울은 아닌 듯한 모습에 그때의 나는 도쿄를 도시의 양식을 봤을 때는 분명 친숙해야 할 풍경이 세부요소의 이질감으로 인해 유럽 어느 도시보다 이국적이다.’라고 평했다.

 

하지만 오사카에서는 그런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교토로 향하는 열차의 창밖을 쳐다보면서도 내 눈은 땅보다는 하늘을 향해있었다. 4년 전 4일 정도의 여행만으로 일본에 익숙해진 탓일까? 아니면 건축 양식이 도쿄와 달리 완전히 이질적이기 때문일까? 여러 이유를 생각해봤지만, 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확실히 결론이 나지 않았다. 다만 교토의 하늘을 보며 부럽다고 생각했던 기억만은 아직까지 또렷하다. 어쩌면 이 도시의 문제라기보다 서울 하늘이 4년 전보다 흐려진 탓일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기록을 남기기 위함이다. 그것을 굳이 공개된 공간에 남기려 하는 것은, 어떤 활동을 사적 업무로 간주해버리는 순간 그것을 수많은 공적인 과업들 뒤로 제약 없이 미뤄버리는 내 성격 탓이다. 심지어 이번 여행은 단순한 동기가 아닌 여러 외부적 요인의 결합으로 시작되었기에 교토와 후쿠오카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조합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므로 이 글은 여행 지침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궁금할 사람들을 위해 잡설 뒤에 여행 일정과 각 여행지에 대한 개인적인 평을 남겨놓는다. 20대 성인 남성 기준으로 꽤 피로한 일정이었기 때문에 굳이 참고하겠다면 자신의 성향과 건강 수준에 맞게 변형시키는 것을 추천한다.

 

 

<일정>

인천국제공항 오므토토마토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

사쿠라 패스

교토역

소바노요시무라

카모강

 

<오므토토마토>

-평점: 3/5

-인천공항 오므라이스 집

-맛은 괜찮은데 접시가 차가웠는지 식었다는 느낌을 받음. 미리 만들어놓은 음식 느낌은 아니고 그냥 빨리 식은 듯

-콘센트 있는 좌석이 있어서 편의성 측면에서 좋음. 아무래도 로밍이 시작되면 배터리가 빨리 달기 때문에...

 

<이동: 간사이 공항, 사쿠라 패스, ICOCA>

-국제선 터미널에서 내리면 1층으로 나오게 되므로 기차를 타려면 2층으로 가야 연결통로가 있다. 1층은 버스노선

-사쿠라 패스는 공항에서 교토로 갈 때 일반적으로 구매하는 기차표. 기차역에 사무소가 있으니 기억할 것. 내가 갔을 때는 한국인 직원이 있었음

-ICOCA라는 오사카 지역 교통카드가 있다면 사쿠라 패스 구매시 가격 할인이 있음. 사쿠라 패스 사무소로 가기 전에 미리 구매하는 것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을 듯. 내 경우에는 기차 출발시간이 촉박해 이용하지 못함

-ICOCA 자체는 다른 지역에서도 사용 가능. 다만 카드를 살 때 보증금 500엔을 내게 되어있는데, 반납이 공항 중에는 오사카 공항에서만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그 사실을 모르고 후쿠오카로 넘어갔다가 환급받지 못한 채 귀국함

 

<소바노요시무라>

-평점: 4/5

-온메밀 중심 소바 집. 냉메밀도 하나 뿐이지만 취급함

-간장 국물과 메밀 맛이 매우 깔끔함

-저녁에는 은은한 술집 조명 느낌인데 침침하다고 호불호 있을 수 있음.

 

<카모 강>

-평점: 3/5

-주변에 음식점들이 많아 밥 먹고 산책하기 좋음. 우리나라와 달리 강에 조명이 없어 밤에는 주변이 어둡다. 야경 자체는 나쁘지 않음

-골목 안으로 들어섰을 때 건물들이 오밀조밀하게 몰려있는 일본 특유의 분위기가 볼 만함. 종종 게이샤 차림의 사람들이 보임

-카모 강 쪽 스타벅스가 외관이 예쁜 걸로 유명함. 강을 쳐다보면서 먹을 수 있는 좌석들도 있음. 야간에는 안에서 밖이 안 보이는 편

-관광지가 아니므로 밥 먹으러 온 김에 잠시 들를만한 곳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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