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기록이 주 목적인 글입니다. 주관적 감상평이므로 참고만 하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2022년 11월 15일 화요일
<잡설>
나는 일본 라멘을 아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물론 먹을 때는 맛있게 먹지만 막상 식단을 고를 때가 되면 다른 음식들에 우선순위가 밀리고는 한다. 라멘 집에 가도 덮밥을 주문하게 되는 때가 있어서, 내게 라멘은 사실상 1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한 음식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겨우 3일의 교토 일정에서 세 군데의 라멘 집을 방문하게 된 것은 내게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이 라멘의 나라임을 고려하더라도 말이다. 이유야 뭐가 됐건 나는 이번 여행에서 다양한 가게의 라멘을 접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라멘에 대한 어떤 공통점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중 몇몇은 헛소리나 잡생각으로 시작해서 며칠에 걸쳐 이야깃거리로 이어지고는 했다.
예를 들어 교토의 라멘 가게들을 들를 때마다 나는 중화소바라는 표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중화소바와 일본 라멘이 같은 뜻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짜장면을 중화요리라고 파는 것처럼 말이다. 이 기억은 나중에 후쿠오카에 사는 친구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졌다. 그 친구의 말에 따르면 중화소바는 엄밀히 말해 라멘의 전신이고, 그게 일본 전역에 퍼지며 라멘으로 정착했다고 한다. 그것이 후쿠오카에서는 돈코츠, 훗카이도는 시오, 삿포로는 미소, 그리고 오사카는 소유의 형태가 된 모양이다. 중화소바도 라멘과 별도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변화해왔는데, 그 방향성이 소유 라멘과 유사했다고 한다. 때문에 오사카 지방에서만은 라멘과 중화소바의 명칭을 종종 혼용한다더라.
라멘 집들에서 교자가 6개씩 나오는 것을 보고는 6이라는 숫자의 절묘함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음식점 테이블은 4인을 기본으로 한다. 그런데 6은 2와 3의 공배수라 그 테이블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포함한다. 혼자 온 손님은 6개를 먹으면 되고, 둘이면 한 사람당 세 점씩, 셋이면 인당 2개를 먹으면 되며, 4명이서 왔다면 두 그릇을 시키면 된다. 윗 문단의 라면의 역사도 그렇고, 이 6에 대한 고찰도 그렇고 공식 자료를 조사한 것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는 아닐 것이다. 특히 교자 6개 가설은 세 번째 라멘 집에서 10개짜리 교자가 나오면서 바로 깨져버렸다. 하지만 이러한 소재들 자체가 여행 내내 재밌는 관전 포인트가 되었고, 한 군데의 라멘집만을 갔다면 나지 않았을 생각들인 것 같아 나중에 이런 식으로 여행 계획을 잡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느꼈다.
<일정>
5시 반 출발
혼케 다이이치 아사히 본점
히가시혼간지
아라시야마
아라비카 커피
천룡사
치쿠린
카츠쿠라
Awamochidokoro Sawaya
기타노텐만구
금각사
료안지
클램프 커피 사라사
타이호 라멘
호시미 이나리 신사
<혼케 다이이치 아사히 본점>
-평점: 5/5
-교토역 근처 중화소바 집. 진한 간장국물이 특징
-이른 시간에 개장한다는 점에서 아침 일정 잡기에 유리함
-개장 시간이 조금 지나면 줄이 길어지기 때문에 최대한 시간에 맞춰 가는 것을 추천
<히가시혼간지>
-평점: 4/5
-니시혼간지와 세트
-나름 규모가 크고 일본 건축의 특징이 분명하게 보인다는 점에서 추천
-하지만 니시혼간지를 봤다면 굳이 볼 이유가 없을 수도 있음. 먼저 도착해있던 친구는 둘 다 갔는데 서로 뭐가 다른지 비교하는 맛도 있다고
<아라시야마>
-평점: 4/5
-일단 가을 기준 5점 만점에 5점이라 생각. 단, 계절에 따른 편차가 있을 수 있어 감점
-단풍과 탁 트인 하늘, 시원한 바람, 얕고 넓은 강의 풍경이 조화로웠음
<천룡사>
-평점: 5/5
-적당한 가격인데 실함
-건물을 등지고 일본 선종 정원의 풍경을 느낄 수 있음
<치쿠린>
-평점: 2/5
-전형적인 대나무숲
-중간에 철길이라든가 일본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요소들은 분명히 있으나 그뿐
-여기가 가장 유명한데, 개인적으로는 굳이 치쿠린을 보기 위해 아라시야마를 올 필요까지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음
<가츠쿠라>
-평점: 2/5
-카라스마역 근처 돈까스 집. 가격대가 좀 있는 편
-히레카츠의 경우 삶은 뒤 튀겼는지 물이 많고 부드럽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으나 로스카츠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좀 잘한다는 일식 돈까스 집과 맛의 차이가 크게 없음. 맛 자체는 괜찮은 편이지만 가격과 비교해봤을 때 만족도가 높지는 않았던 듯
-한국어 메뉴판이 있다는 것 정도가 장점
<Awamochidokoro Sawaya>
-평점: 3/5
-기타노텐만구 근처에 있는 경단 집
-간판의 한자랑 위에 기술한 명칭이 다르다고는 하는데 후쿠오카 친구를 통해 일본 대학 동기들에게 문의해본 결과 흘림체라 읽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구글맵 기준 위의 이름으로 검색하면 됨
-녹차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 경단 자체의 맛은 다른 곳과 큰 차이 없음. 다른 경단집들 사진을 보니까 구워먹는 곳도 있던데 여기는 구워 먹는 경단은 아니다
-경단과 함께 노란 설탕에 버무린 찹쌀떡이 함께 나왔는데 경단보다 이게 더 취향이기는 함
<기타노 텐만구>
-평점: 3/5
-학문의 신을 모시는 신사. 전국에서 가장 큰 텐만구로 꼽히는 두 개 중 하나
-건물들이 큼직하고 예쁨. 일본 건축의 건축적 특징이 잘 보임
<금각사>
-평점: 4/5
-황금으로 외관을 도배했다는 명성 때문에 4층 정도 되는 웅장한 황금 건물에 압도되는 것을 기대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 호수에 서있는 2층짜리 작은 건물이 금으로 도배된 정도
-건축 자체는 평범한 편이고 황금 벽도 그 자체로 화려하다기보다 은은한 느낌에 가깝다. 햇빛이 물에 반사되어 비쳤을 때는 파문이 벽에 투영되어서 예뻤음
-교토를 대표하는 건축물이고 교토에 왔다면 꼭 한 번 봐야 하는 문화재이기는 함
<료안지>
-평점: 1/5
-수많은 선종 정원 건축물 중 하나. 하지만 규모도 작은 편이고 입장료가 1000엔이나 함
-비슷한 구성의 선종 정원으로서는 아라시야마의 천룡사가 크기도 더 크고 가격도 절반이라는 점에서 상위호환이며, 아라시야마 쪽이 워낙 동떨어져 있어 가지 않는다고 해도 필수 코스인 은각사 선종 정원이 있기에 굳이 료안지에 시간과 돈을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
-연못이 있는 정원이 그나마 색깔이 있고 넓은 편인데, 여기는 무료이므로 료안지를 보겠다면 정원만 즐기는 것을 추천
<타이호 라멘>
-평점: 4/5
-간장 맛과 고기 맛이 유독 진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음. 나는 취향에 맞았음
-고기를 그릇 외곽을 따라 펼쳐놓은 비쥬얼이 인상적
-맛 측면에서는 추천할 만하나 우리나라 남대문시장의 좁은 통로에 있는 식당들처럼 입구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에 유의할 것. 구글맵을 잘 찾아왔다는 전제 하에 '이 골목이 맞나?' 싶다면 거기가 맞다
<호시미 이나리 신사>
-평점: 5/5
-산기슭을 따라 수백 개의 대형 토리이가 계단을 따라 이어져있는 것이 특징. 지하철 역사도 신사의 컨셉에 맞춰 치장되어 있어 볼 거리가 많다. 역사적으로 의미가 크게 있지는 않지만 토리이로 인해 여러 일본 영화 촬영지로도 쓰였다고 함
-산 코스는 2시간 잡고 올라가야 함. 우리는 내 다리 상태가 좋지 않았어서 1시간 정도만 올라가고 끝까지 가지는 않음
-위치가 주요 관광지들과 떨어져있고, 교토에 밤에 볼 수 있는 여행지가 많지 않다는 점 때문에 밤 스케줄로 잡았다. 일정이 빡빡하다면 저녁 특유의 분위기가 있으니 고려해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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