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기록이 주 목적인 글입니다. 주관적 감상평이므로 참고만 하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2022년 11월 19일 토요일
<잡설>
‘스시로’에서 저녁을 먹고 친구네 자취방으로 향하던 길에 익숙한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 싸이의 ‘챔피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 익숙한 비트가 반가우면서도 의아함을 느꼈다. 이 노래가 캐치하고 좋기는 하지만 2022년에 타지에서 울려 퍼질 노래인가? 그렇게 귀를 기울이던 중, 곧이어 나는 한 번 더 이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가사가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였고, 목소리도 싸이의 목소리가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옆에 있던 친구한테 물어보자 그 친구는 잠시 생각하더니 "아마 호스트클럽 노래지 않을까?" 하고 답했다. 일본 호스트클럽들에서는 종종 소속 호스트들에게 캐릭터 송같은 것을 배정하는데 해외 노래들을 개사해서 만드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일본 호스트바에 대해 접해본 것은 우연히 유튜브에서 본 토요코 키즈 관련 영상 말고는 처음이었기에 이런 식으로 접할 일이 생겼다는 사실 자체가 내게는 몹시 신기한 일이었다.
이번 후쿠오카 여행에서는 그런 음지 같은 의미에서 ‘유흥’의 흔적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시작을 끊은 것은 케고 신사였다. 인터넷에서, '현지인들이 애용하는 후쿠오카 도심의 신사 중 족욕시설이 있는 신사'라는 소개글만 읽어봤던 나는 신기한 마음에 케고 신사를 여행코스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곧 친구한테서 케고신사가 현지인들에게 그리 긍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케고 신사는 난파 핫플 혹은 난파의 메카 같은 곳으로 꼽히는 모양이었다. ‘난파’란 우리나라로 치면 ‘헌팅’이나 ‘번따’에 해당하는데, ‘헌팅’이나 ‘번따’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그런 쪽으로 핫하다보니 양아치들이 많이 몰려 사람들이 꺼려하는 듯했다. 실제로 지나가면서 봤을 때도 희안한 방식으로 꾸민 사람들이 끼리끼리 뭉쳐있었는데, 조명까지 침침하다 보니 음침한 분위기가 풍겨 조심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오오하시 역 근처에서는 ‘걸즈바’라는 곳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걸즈바’는 이름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여자 호스트바 같은 곳인 모양이었는데, 신체적인 교류 없이 전담 말 상대 서비스 정도에 집중하는 곳이라는 듯하다. 평일 저녁에는 거리에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다는데, 내가 오오하시에서 머물렀던 것은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였기 때문에 그런 모습까지는 보지 못했다. 친구가 설명해준 바에 따르면 원래 과거에는 지금 나카스 포장마차가 있는 지역부터 나카 강을 따라 환락가가 크게 발달해있었다고 한다. 그것이 도시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점차 축소되거나 흡수되었고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고 하더라. 지금도 나카스 지역에는 여전히 걸즈바 같은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모양이고 오오하시에서의 풍경들도 그러한 이력의 잔재로 여겨진다는 것 같았다. 유흥업소와 관련된 이야기는 한국에 있을 때는 전혀 관심도 두지 않던 주제였는데, 우리나라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일까? 타국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매우 흥미로웠다.
<일정>
우동 타이라
스미요시 신사
캐널시티
하카타 어뮤플라자
오오호리 공원
후쿠오카시 시립 미술관
라라포트
카미무라 무한리필 소고기
큐슈 국립대 오오하시 캠퍼스
프리버드 야끼토리
<우동 타이라>
-평점: 5/5
-보통 관광객한테 유명한 집이라고 하면 맛을 기대하지 않는 편인데 여기는 꽤 만족함. 한국에만 유명한 집은 아니고 한중일 손님 비율이 1:1:1 정도 되는 듯
-우동으로서의 맛은 기본적으로 괜찮으면서 면의 질감이 독특함. 개인적으로는 식당을 선택할 때 우동의 우선순위가 높지는 않았음. 기계든 아니든 수준이 대체로 획일화되어있고 상향 평준화되어 있어 어디서 먹든 비슷비슷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 그런데 여기는 흔히 생각하는 매끈매끈한 면이 아니라 부들부들한 식감을 가지고 있어 독자적인 색깔이 있다고 느낌
<스미요시 신사>
-평점: 4/5
-도심에 있는 대형 신사. 숲에 있어서 나무 사이에 건물들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보기 좋으며, 넓고 연못과 다리, 여러 석상과 건축물 등 볼거리도 적당해 조용한 공원 같은 느낌으로 둘러보기 좋음
-한적하고 실제로 주민들이 사용하는 모양. 내가 갔을 때는 ‘사치고산’이라고 3살, 5살, 7살이 된 아이들을 축복해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캐널시티>
-평점: 3/5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유명 쇼핑 단지 중 하나. 웬만한 패션 브랜드는 다 모여있으며 그 외에도 디즈니, 점프, 건담, 반다이 남코 등 유명 캐릭터 상품을 파는 곳들도 많음. 음식점들도 당연히 많음
-개인적으로는 쇼핑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후쿠오카에 오면 꼭 와야 하는 코스인 모양이라 둘러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반다이 남코 쪽이었는데, 캡슐 뽑기 백여 대가 놓여있는 모습이 장관. 반다이 남코와 관련 없는 프랜차이즈도 뽑기로 있었는데 일본 캡슐업계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더라. 캡슐 말고 인형 뽑기나 게임부스, 촬영 부스 같은 것도 있어서 이런 쪽으로 흥미 있으면 올 만한 듯
-건물 1층 중앙에 스테이지가 설치되어 있고 거기서 공연도 종종 하는 것 같다. 내가 갔을 때도 어떤 가수 하나가 공연 전 리허설을 하고 있었음
<하카타 어뮤플라자>
-평점: 3/5
-여기도 캐널시티와 함께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쇼핑단지. 하카타역과 붙어있어 오기도 편하고 사람도 많음. 캐널시티는 브랜드 별로 점포가 확실히 나뉘어 있는 모양새라면 여기는 백화점에 가까운 형태를 띠고 있음
-내 경우 지하 1층 식품관에서 집에 사 갈 간식을 사러 왔음. 동선 상 출국 전에 간단히 들려 사 가기 좋아 보임
-대충 훑어본 바로는 패션 쪽으로는 캐널시티와 업체가 크게 겹치지는 않는 모양. 캐릭터 상품 쪽으로는 포켓몬 센터가 있다. 여기에도 디즈니 스토어가 있으니 참고
<오오호리 공원>
-평점: 3/5
-후쿠오카시 시립 미술관이 오오호리 공원 내부에 있기 때문에 찾아감. 오오호리 공원 자체는 큰 연못이 가운데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호수공원들과 비슷한 느낌이 들음. 깔끔한 현대식 디자인이라 일본스러운 느낌이 크게 느껴진다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하지만 볼 만한 것들이 있기는 함. 호수 중간을 가로지르는 석조 다리가 있으며 연못 위에 서 있는 일본풍 정자 같은 것도 있어 적당한 분위기는 즐길 수 있음. 무엇보다 후쿠오카 시립 미술관이 있다는 점이 큰데, 미술관 내부에 들어가지 않아도 유리창을 통해서도 내부의 몇몇 대형 작품을 볼 수 있으며, 구사마 야요이의 호박 등 외부 설치 작품들도 있어 지나다니며 보기 좋을 듯함
<후쿠오카시 시립 미술관>
-평점: 4/5
-이름이 비슷한 박물관들이 많으므로 검색에 주의. 후쿠오카 ‘시립’ 미술관이고 위치는 오오호리 공원에 있음. 니시진 쪽에 있는 후쿠오카 ‘박물관’이나 스사키 쪽에 후쿠오카 ‘현립’ 미술관과 별개임
-미술 전시를 좋아한다면 5점. 꼭 한번 보고 가라고 할 정도로 컬렉션이 괜찮음. 샤갈, 앤디 워홀, 살바도르 달리, 구사마 야요이 등 유명 작가의 작품들을 상설전시품으로 보유 중. 듣기로는 오픈 당시 후쿠오카시 시장의 강력한 요구로 욕까지 먹어가며 구입했다고. 다만 미술 전시나 박물관이라는 테마가 취향을 타기 때문에 감점
<라라포트>
-평점: 3/5
-2022년에 새로 개장한 쇼핑몰. 밖에 움직이는 거대 건담 모형이라는 독특한 볼거리가 있어 개인적으로는 캐널시티나 하카타 어뮤플라자보다 좋았음.
-다만 흠이라면 위치. 주변에 라라포트 말고 다른 관광지도 없는데 혼자 멀리 동떨어져 있어서 캐널시티랑 어뮤플라자를 제치고 굳이 여기까지 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함. 우리는 시립 미술관 다음 코스로 여기를 선택했지만 거기서 가깝지도 않아서 택시를 타야 했다. 도쿄 오다이바와 함께 일본에 두 대 있다는 상설 건담 모형을 보고 싶은 게 아닌 이상 비추천
<카미무라>
-평점: 5/5
-라라포트에 있는 무한 리필 와규 집. 질도 괜찮으면서 가격이 엄청 비싸지는 않아 추천. 당연히 고급 와규를 바라면은 안 됨
-태블릿으로 주문하면 고기가 레일을 타고 배송 오는데 우리나라에서 본 적 없는 방식이라 신기했음. 이런 류의 식당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면 나름 재밌을 것
<큐슈 국립대 오오하시 캠퍼스>
-평점: 생략
-친구가 다니고 있는 대학이라 구경차 방문. 사이즈도 크지 않고 관계자 아닌 사람한테 개방하는 곳도 아니므로 당연히 관광코스로 논할 이유가 없음. 기록용으로 남김
<프리버드 야끼토리>
-평점: 3/5
-큐슈대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는 야끼토리. 깔끔하게 요즘 스타일로 인테리어가 되어있어 그냥 대학가 주변 포차나 다름 없는 분위기였다. 꼬치 맛도 괜찮고 일본 대학생들이 좋아하는 사케 칵테일 같은 것도 맛볼 수 있어 여기 나름의 장점은 있음. 다만 메뉴판이 일본어뿐이고 주문도 앱으로 해야하는 등 관광객한테는 번거로운 부분들이 있을 수 있어 크게 추천하지는 않음
-다이콘 노 가라아게라는 무 튀김이 유명하다고 함. 국물에 삶은 무에 튀김옷을 묻혀 튀긴 느낌인데 만약 방문했다면 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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