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기록이 주 목적인 글입니다. 주관적 감상평이므로 참고만 하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2022년 1120일 일요일

 

<잡설>

텐진역에 처음 내렸을 때 입구에서부터 크리스마스 전구가 가로수들을 온통 휘감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일본에서 일루미네이션이라고 부르는 행사였다. 아직 크리스마스가 한 달도 넘게 남은 시점이었기에 내게 처음 떠오른 생각은 얘네 왜 벌써부터 난리지?’였지만, 이틀 뒤 불빛이 하카타역 광장을 가득 채우고는 흘러 넘치듯 거대 크리스마스트리로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그 화려함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전히 성탄절을 맞아 백화점을 단장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지만. 내 친구는 나의 이 평가에 그건 네가 애인이 없어서 그래,” 라고 화답해왔다.

 

내가 일루미네이션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도쿄 여행을 준비하던 시기였다. 수험생활이 끝나고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 나는 친구와 여행을 계획하던 중 인터넷에서 일루미네이션! 빛의 축제!’라는 문구와 함께 포스팅된 사진 한 장에 시선이 끌렸다. 빛의 축제라는 단어를 보고 내가 상상했던 것은, 하늘 높이 스포트라이트가 쏘아지고, 불빛으로 장식된 대로변과 시설물 사이를 각양각색으로 발광하는 퍼레이드 차량과 춤추는 사람들의 행렬이 신나는 음악을 퍼뜨리며 시야 저편으로까지 이어지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여행 중 얼마 없는 시간을 쪼개 카레타 시오도메를 찾아갔을 때, 나는 큰 실망감을 느껴야만 했다.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작은 공터의 나무들에 걸린 크리스마스 불빛 말고는. 빛의 축제라고 거창히 명명된 일루미네이션의 실체는 그게 전부였다.

 

이번에 후쿠오카를 거닐며 과거 도쿄에서의 일을 떠올린 뒤, 일루미네이션이라는 행사의 정체가 궁금해져 조사해본 일이 있다. 영어로 된 명칭을 가진 만큼 다른 나라의 사례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고, 그 나라들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행사가 진행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알게 된 것은 일루미네이션이라는 단어를 행사의 이름으로 쓰는 것은 전적으로 일본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일이라는 사실이었다. 구글링을 해봤을 때도 축제 이름으로서의 일루미네이션은 일본 관련 문서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으며, 최초의 일루미네이션도 1981년 삿포로 오도리 공원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나마 우리나라 부산 김해에서 이를 벤치마킹하려 했는지 2017년에 일루미아라는 명칭을 붙인 것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행사의 주체였던 일루미아 주식회사가 폐업상태인 것으로 보아 유의미한 용법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니 혹시 나처럼 그 생소한 이름에 현혹되어 과한 기대를 품은 사람이 있다면 알아두기를 바란다. ‘일루미네이션은 우리말로 크리스마스 장식이다.

 

 

<일정>

오오하시 역

야나가와

히노데야

다자이후

하카타 일루미네이션

하카타 라멘 텐

조이풀 파르페

 

<오오하시 역>

-평점: 3/5

-사실 평점이랄 것도 없는 게 그냥 기차역이다

-다만 역사 앞 작은 공원에 공연장이 설치되어 있는데, 여기서 종종 동네 지하 아이돌 공연이 열린다. 내가 갔을 때는 주말이었음. 아무래도 지하 아이돌이라는 게 일본에만 있는 문화다 보니 한 번쯤 구경할 만한 듯. 당연히 노래랑 춤 실력이 좋지는 않으니 그쪽으로는 기대하지 말 것

-가족 나들이 느낌으로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많은 거 같았는데, 그 사이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몇몇 팬들이 모든 안무 동작을 외우고 따라 추는 광경을 목격함. 그걸 보니 아이돌의 실력이 좋지 않음에도 저 정도의 열성적인 팬이 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했음. 지지하는 아이돌의 성장과 활동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가볍게나마 교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인터넷 방송이 연상되었는데, 혹시 인터넷 방송인들의 내수용 밈들을 즐기는 팬들과 같은 느낌일지? 우리나라의 경우 유튜버와 개인방송의 위세가 비슷한 반면 일본은 유튜버는 활성화되어 있고 개인방송 쪽은 그 정도가 미미하다고 들었는데, 어쩌면 제공하는 자극의 종류가 지역 아이돌이 제공하는 것과 어느 정도 겹치기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음

 

<야나가와>

-평점: 5/5

-후쿠오카 여행을 오면서 제일 기대했던 곳이고 그 기대를 충족시켰던 곳. 일본의 베니스라는, 일본관광공사에서 붙였을 법한 별명처럼 마을 전체가 수로로 이어져있음

-후쿠오카 시내가 아니라 근교에 해당하는 지역임에 유의. 구글맵에 검색해보면 가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거로 나오는데, 열차를 타는 시간만 따지면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음. 일반 열차인지 특급열차인지만 주의할 것. 역 개찰구에 안내하시는 분들이 기다리고 있으며 그분들을 따라 관광버스를 타고가면 야나가와를 즐길 수 있음

-중국영화에서 강에 떠있는 배들을 보면 뱃사공들이 배 뒤에서 긴 막대를 들고 있는 장면이 종종 보이는데, 그게 노가 아니라 바닥을 미는 막대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기서 알았다. 앞으로 미디어에서 뱃사공이 막대를 들고 있는 것을 보면 그 강이 얕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음

-솔직히 말하면 일본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면 그 재미가 상당히 반감될 수 있음. 배를 몰며 안내해주시는 분들이 영어를 조금은 하시나, 일본어로 10분 떠들면 영어로 10초 정도 안내해줌. 건너편 좌석에 한국인 여성 두 분이 있으셨는데 이렇다보니 마지막 쯤 되니까 상당히 지루해하는 것 같았음. 나는 친구가 옆에서 통역을 해준 관계로 잘 즐겼고 꽤 만족함

-배를 타는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되므로 날씨를 잘 보고 모자처럼 햇볕을 가릴 만한 것들을 챙겨오기를 바람. 가을이었는데도 햇볕이 몹시 따가웠던 거로 기억. 선착장에서 모자를 대여해주는 것 같기는 하나 당연히 유료이다.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 추천 점수로는 4점을 줄 수도 있으나 후쿠오카에서 이 정도 특색을 가진 곳이 드물다 생각해 5점을 주는 것이 합당하다 생각. 그래도 왠만하면 통역 가능한 사람과 함께 갈 것

 

<히노데야>

-평점: 3/5

-장어 덮밥집이 모여있는 거로 유명한 야나가와의 덮밥집 중 하나. 야나가와에 오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함

-솔직히 말하면 서비스도 좋고 맛도 있었음. 하지만 말했다시피 장어 덮밥집이 모여있는 동네이기 때문에 대체재가 많다는 점 때문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애매한 듯

-다른 집들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그릇이 밥알이 밑으로 많이 흐르게 되어있어 아쉬움. 아마 조리 방식 때문일 거 같은데, 찜기 위에 나무통을 쌓아뒀을 때 아래에서부터 김이 통할 수 있도록 바닥에는 지지대만 있고 그 위로 목재 김밥말이가 펼쳐져 있는 형태임. 일본이다보니 숟가락이 없어 밥알을 먹는 게 어려웠다는 점도 아쉬웠던 요소

 

<다자이후>

-평점: 3/5

-야나가와 여행 코스에서 야나가와와 세트로 꼽히는 곳이라 방문. 교외라 당연히 도심의 신사들보다 크기가 크며 옛 건축의 느낌도 받을 수 있음

-물론 교토의 잔상이 가시기 전에 연달아 방문한 입장에서는 그렇게 감흥이 크지 않기는 함. 하지만 이번 후쿠오카 여행에서 본 건축물 중에 이 정도 건축을 볼 수 있는 관광지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고려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지붕을 뚫고 나온 나무 같은 것은 확실히 이곳만의 볼거리이기는 했음

-역에서부터 이어지는 상가까지 포함했을 때도 괜찮은 여행지이기는 함. 지브리 테마의 상점이 있으며, 스타벅스 오모테산도 점의 경우 일본 유명 건축가 쿠마 켄고가 설계했다는 거로 유명. 확실히 비쥬얼이 강렬했던 것으로 기억. 여기까지만 따지면 4점을 줄 만하다고 생각함

-다만 흠이라면 역시 위치. 위의 장점들을 고려하더라도 굳이 이곳 하나만을 보기 위해 와야하냐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것 같음. 야나가와에 들렀다가 온 입장에서도 다자이후로 가려면 중간에 내리는 게 아니라 환승을 해야하기 때문에 중간에 피곤함과 귀찮음을 느껴 생략할까 고민하기도 했음

 

<하카타 일루미네이션>

-평점: 3/5

-위의 잡설에서도 말했지만, 그냥 하카타 어뮤플라자와 그 앞 대로로 이어지는 크리스마스 장식의 나열임. 당연히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개최된 거고 굳이 일루미네이션을 보기 위해 올 곳은 아님. 어차피 쇼핑하러 하카타역 쪽으로 오면 자연스럽게 보게 되어있으니... 다만 확실히 규모가 크고 화려하기는 해서 나쁘지 않기는 함. 위랑 동선상으로는 꼬이기는 했는데, 출국 하루 전이었기 때문에 집에 사 갈 간식 같은 것은 이날 사는 게 좋을 것 같아 하카타에 방문함

 

<하카타 라멘 텐>

-평점: 2/5

-오오하시역 근처에 있는 돈코츠 라멘 집. 구글맵에서는 일본어로 검색해야 나옴

-후쿠오카가 돈코츠 라멘의 본산 같은 느낌이므로 꼭 가기 전에 한 그릇은 먹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방문함. 돈코츠라멘 답게 국물 맛은 진하지만 부담스럽지는 않고 맛있었음

-솔직히 맛만으로는 매우 추천하고 싶은데 메뉴가 전부 일본어로 되어있어서 관광객들한테 적합한지는 모르겠음. 거기다 메뉴판을 손글씨로 적어놔서 파파고가 될런지. 오오하시역 자체도 중심가에서는 멀리 떨어진 곳이고 주변에 관광명소가 있는 것도 아니라 여러 가지 이유로 감점

-100엔인지 120엔인지 정도를 지불하면 라멘 리필이 가능함. 양이 많으신 분이라면 고려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 근데 일반메뉴랑 특별메뉴가 있는데 특별메뉴 쪽은 면이 달라서 리필이 안 되는 거로 아니 참고할 것

 

<조이풀>

-평점: 2/5

-지금 여기서 내리는 평가는 오로지 파르페에만 해당하는 평가임. 살면서 파르페라는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파르페를 먹으러 갔음. 심지어 밖에 광고판으로 특선메뉴로 적혀있길래 어느 정도 맛이 있을 줄 알았는데... 결과부터 말하면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맛이 없을 수가 있는지 여기 먹고서 다시는 파르페를 먹지 않겠다고 다짐함.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이 투입되었음에도 딸기와 치즈, 과자, 생크림, 그 전체적인 부조화를 조금도 구제해내지 못함. 수준 미달

-패밀리 레스토랑이고, 일본에 몇 없는 24시 운영하는 업체. 우리나라 학생들이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처럼 일본 중고등학생은 여기를 많이 이용한다는 듯. 또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패밀리 레스토랑이 종종 등장한다는데 대체로 그 모티브가 이 조이풀이라는 업체라는 모양. 체인점이므로 일정이 저녁 식사시간보다 애매하게 늦었거나 하는 상황에서 고려할 만할 듯? 그러나 만약 다른 음식들이 다 이 파르페 수준이라면, 나라면 무조건 편의점에 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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