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개인적인 정리 목적의 글. 임의로 재구성한 부분 있음

 

<책 정보>

빈센트 반 고흐, 영혼의 그림과 편지들(2023)

-저자: 빈센트 반 고흐 지음 / 이승재 역

-출판사: 더모던

-분야: 에세이

-최근 바빴던 일이 좀 지나가서 숨 돌릴 겸 읽기 시작했다가 생각보다 가볍지 않아서 놀람. 요즘 나오는 책답지 않게 글자가 작은 편이고, 150여 컷의 그림을 실었다지만 글의 양 자체도 많다. 기분 좋은 오산

-그래서 읽기 전에 대충 견적을 잡고 책을 읽으러 들어가는 편인데, 편지글인만큼 빠르게 넘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견적이 완전히 빗나감. 일자로도 하루가 더 넘어갔고 읽는데 쏟은 시간 자체도 짧지 않다. 

-대신 그만큼 인간 빈센트 반 고흐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데에는 이 만한 책이 없다고 생각. 중간중간 좀 철없어 보이는 모습부터 빈센트 반 고흐의 고난, 그리고 순박하면서도 생각이 깊어보이는 부분들까지 한 인간의 다면적인 모습이 인상 깊었음

-챕터가 고흐가 머물렀던 지역 별로 구분되어 있어서 시작부분마다 해당 지역에서의 고흐의 삶을 요약하고  편지글로 넘어가는데 독자 입장에서는 좀 잔인한 구성이었다고 생각. 파국이 있을 것임을 먼저 알려준 뒤에 빈센트 반 고흐가 그 파국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읽어가도록 만드니...

-근데 그렇다고 해서 엄청난 문학적이고 예술적인 표현으로 가득한 책을 바란다면 잘못된 선택일 수는 있다. 고흐는 기본적으로 문학가가 아닌 화가이고, 편지글은 어디에 기고하기 위한 글이 아닌 명백한 목적성을 갖는 글임을 명심할 것. 물론 그렇다고 인상적인 구절이 아예 없지는 않으니 포커스를 잘못 맞춰서 잘못된 기대를 하지 말라는 의미.

-아래에는 기억나는 표현들과 마음에 들었던 사진들을 기록해놓을 예정인데, 사진들의 경우 인쇄된 그림이다 보니 색감이 또렷한 그림 위주로 선정하게 된 듯. 표현들도 좋은 표현들도 있지만 딱히 인상깊지는 않은데 눈에 들어왔던 표현들도 적어놓았으니 알아서 판별할 것

-반 고흐가 정신병에 시달렸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막연히 그것 때문에 죽었겠지라고 생각했으나 그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앎. 사인은 총상. 그 앞에서는 예술가들은 광증을 앓는 법이라고 말했었다는 내용을 보며 예전에 유튜브에서 미술가들의 물감에 비소가 들어있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더 씁쓸하게 읽은 듯

-내용적으로 기억할 것: '반 고흐의 관찰 vs 고갱의 상상 -> 귀 자름', '반 고흐의 예술가 공동체에 대한 염원'

 

 

<내용>

1장 어긋난 사랑, 거듭된 실패

-'아니에르의 리스팔 레스토랑'

"천성이 비열하고 성격이 나태하고 무기력해서 게으른 사람이 있다. 네가 날 이렇게 여겨도 할 수 없지. 그런데 결이 다르게 게으른 사람은... (중략) ...이 새장 속의 새 같은 사람이야."(p.32~34) 

 

 

2장 화가의 도시, 파리로

-'감자 먹는 사람들', '감자 캐는 촌부'

"내 작품을 통해서 그 괴짜, 무능하고 한심한 인간의 마음속에도 이런 감정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그게 내 야망이야. 그 야망은 원한보다 사랑에서 힘을 얻고, 열정보다 차분함에서 힘을 얻어."(p.62)

"목초지나 구름보다, 인간이 더 인간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마음에 와닿는구나."(p.66)

"'내가 화려한 신발을 신고 부유한 삶을 사는 신사였다면 이런 무관심이 정말 괴로웠겠지. 하지만 난 나막신을 신고 다니니까 잘 헤쳐나갈 수 있다.'"(p.82; 밀레 인용)

 

 

3장 아를의 태양과 노란집

-'빨래하는 여자들이 있는 랑글루아 다리', '꽃피는 분홍 복숭아 나무', '랑글루아 다리'

"난 말이다, 신을 이 세상으로 평가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왜냐하면 이 세상은 그 양반이 그리다가 실패한 습작 같거든... (중략) ...그러니까 이 세상을, 꽤나 정당하고 확실한 이유로 수많은 비판을 받고는 있지만, 다른 모습을 덧씌우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야 해. 그래야 다른 생에서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볼 수 있다는 희망도 계속 생기는 거니까."(p.156)

"지금은 봄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변했지만, 벌써부터 타들어가기 시작하는 자연의 분위기가 싫지 않다. 짙은 황갈색에 청동색, 구리색이 지배적이고 거기에 흰색으로 달궈놓은 초록색과 파란색 하늘이 대비를 이루는데, 이 분위기가 만들어낸 감미로운 색조는 더없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도 들라크루아식 강력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p.168)

 

-'씨 뿌리는 사람', '해질녘 몽마주르', '론강 위로 별이 빛나는 밤'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고 기차를 타듯, 우리는 별에 가기 위해 죽음을 택하는 걸지도 몰라. 그렇게 놓고 보면, 살아있는 동안 우리가 별에 갈 수 없다는 건 확실한 사실이야. 죽은 뒤에 기차를 못 타는 것도 사실이고,"(p.193)

 

-'꽃밭의 길', '우체부 조제프 룰랭', '파시앙스 에스칼리에'

"참패로 끝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 아무것도 못해. 그냥 작업에 나를 송두리째 던졌다가 습작을 건져서 나와야지. 극심한 폭우가 휘몰아치면, 기분 전환을 위해 거나하게 한잔하면 그만이고."(p.201)

"나는 잘 지낸다. 마치 맷돌 속에 갈리는 곡식처럼 예술이라는 거대한 톱니바퀴 속에서 돌고 있지."(p.209)

"그런데 실은 이 모른다는 감정 때문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현실의 삶이 편도 기차 여행으로 느껴지는 것도 같아. 빠른 속도로 지나가지만, 바로 곁에 있는 것들을 구분할 수도 없고, 무엇보다 기차 자체를 볼 수 없으니 말이야."(p.212)

 

-'외젠 브흐의 초상화',  '오래된 방앗간', 밤의 카페 테라스', '아를 공원의 길'

"육체적으로 창조력이 좌절될 때, 우리는 아이를 낳는 대신 사상을 잉태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인류의 구성원이 되는 거고. 나는 그림을 통해서 음악처럼 위로가 되는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어."(p.232)

 

 

4장 별이 빛나는 밤에

-'아니예르 브와예 다르장송 공원의 연인들', '아를 풍경이 보이는 꽃이 핀 과수원'

"우리가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이 사회가, 오로지 미덕만 가지고 살아야 하는 곳이라며느 그건 선한 사회일까 악한 사회일까, 너무 복잡한 문제야. 그러니까 내 사랑하는 아우야, 우리도 이 시대의 병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거야."(p.324)

 

-'생폴 병원 정원', '라일락', '생폴 병원 뒤쪽의 산맥 풍경', '별이 빛나는 밤에', '쟁기질 하는 사람이 있는 들판', '꽃 피는 아몬드 나무', '오베르의 교회', '사이프러스 나무와 별이 있는 밤'

"마치 어두운 유리창을 들여다보듯, 그렇게 희미할 따름이지요. 삶, 헤어짐과 죽음, 끊임없는 걱정들의 이유를, 우리는 어렴풋이 이해할 뿐입니다. 제게는 삶이 내내 외로운 길 같습니다. 제가 그토록 애정을 갖고 대했던 사람들이 다 그렇게 유리창 너머로 어렴풋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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