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개인적인 정리 목적의 글. 임의로 재구성한 부분 있음

 

<책 정보>

생명에서 생명으로(2015, 절판)

-저자: 베른트 하인리히 글, 그림/ 김명남 옮김

-출판사: 궁리

-분야: 과학

 

-죽음과 생명의 순환에 대하여, 이과적 시선에서 적은 문과 감성의 에세이

 

-책 자체는 어머니가 다른 집에서 빌려온 것을 보고 재밌어보여서 먼저 읽겠다고 가져가면서 읽기 시작. 빨리 돌려드리려고 했으나 의도치 않게 오래 걸렸다.

-책을 읽는 데 한 달 가까이 걸린 것은 사실 이 책을 두 번 읽었기 때문임. 그만큼 이 책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이 책이 갖는 포지션이 애매해서. 나는 보통 지식을 얻기 위한 책을 읽을 때는 정말 공부하듯이 노트테이킹을 하며, 즐기는 책을 읽을 때는 인상깊었던 포인트 위주로 간략하게 메모만을 남겨가며 읽는 편인데, 이 책을 1회독 하기 전까지 그 포지션을 잡지 못해서 결국 2회독을 해버렸다. 한 번 읽는 데는 2주면 충분

-물론 그게 가치가 없음에도 책의 포지셔닝 때문에 두 번 읽었다는 소리는 아니다. 책 자체는 확실히 생명과 죽음, 생태계에 개한 인간의 행태에 대해 신선한 시각을 제시해주는데, 방대한 양의 관찰 데이터가 상당히 강력하게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 관찰자료가 너무 튼실해서 개인적으로는 필자의 주장에 특별히 내 마음이 동화되지는 않았으나 그 관찰 내용에 대한 서술만으로 관찰일지를 읽듯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작가의 문과적인 자연묘사 역시 세심하고 화려해서 읽는 맛이 있었음

-책을 추천하느냐고 물으면 나는 개인적으로 추천. 한 달까지 투자할 책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일지를 읽듯 쭉 읽어내려가기를 바람...이었는데 검색해보니 절판...관심 있으면 근처 도서관에서 빌리도록 하자

 

 

<내용>
0. 서문
"...매장은 시체를 구멍에 넣고 밀봉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인간 육체의 영양분을 자연계로부터 박탈하는 것은, 인구가 65억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지구를 굶기는 일이잖아." p.6
"...사실 우리는 먼지에서 오지 않았고, 먼지로 돌아가지도 않는다. 우리는 생명에서 왔고, 우리 자신이 곧 다른 생명으로 통하는 통로이다." p.8
"분자 자체는 수백만 년 전에 살았던 동식물에게서 왔다...(중략)...그런 교환의 결과로 오늘날 우리가 아는 대기가 생겨났으며, 요즘도 기후는 그 영향을 받는다." p.9-10
"'순수한' 청소동물은 오로지 죽은 생물만 먹고 살고, '순수한' 포식자는 오로지 스스로 죽인 생물만 먹고 산다. 그러나 엄격하게 이쪽 아니면 저쪽에만 해당하는 동물은 몹시 드물다." p.11
"우리가 전형적인 '포식자'라고 고정관념을 품은 동물들 중 거의 전부가 병에 걸렸거나 반쯤 죽었거나 이미 죽은 먹잇감도 기꺼이 취한다."
"초식동물은 스스로 방어할 능력이 가장 떨어지는 생물을 잡아먹는다. 사슴과 다람쥐는 여느 때는 클로버나 견과류를 먹지만, 둥지에 든 새끼 새를 발견하면 그 또한 기쁘게 먹어치운다." p.12

1부 작고 큰 것
1장 생쥐를 묻는 송장벌레
"그러나 '죽음을 사랑한다'는 말은 딱 정확하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이 딱정벌레가 '삶을 사랑한다'는 뜻에 '비비포루스'라고 불리면 더 적절했을지도 모른다. 이들이 죽은 동물을 찾아다니는 까닭은 그저 이미 죽은 생명으로부터 새 생명을 만들어내기 위함이니까." p.18
"나는 벌레들이 내는 소리에도 놀랐다. 딱정벌레에게는 귀가 없기 때문이다. 그 소리는 녀석들이 몸을 비빌 때 나는 소리였다." p.22
"두 마리는 이미 죽었고, 두 마리는 반쯤 죽은 상태였다. 그런데 마치 죽어가는 벌레를 되살리려고 애쓰는 것처럼, 진드기들이 반쯤 죽은 벌레 위를 부지런히 기어다녔다고 한다. 송장벌레 한 마리가 정말로 기운을 차리자, 진드기들은 즉시 벌레의 딱지날개 밑으로 몽땅 기어들었다. 벌레가 떠날 참이라는 사실을 눈치챘을까? 영 터무니 없는 생각은 아니다." p.26
"...벌레들은 대부분 다람쥐의 살점을 먹었고, 그저 무작위로 숱하게 교미하는 듯했다." p.29
"우리가 아는 한 다른 종류의 딱정벌레는 이런 경우가 없는데, 이 벌레의 딱지날개는 겉면이 밑을 향하고 이전에 숨어있던 안면이 위를 향한 상태로 등을 덮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전에 숨어있던 딱지날개 안면의 색깔은......레몬색에 가까운 노란색이었다!" p.34

2장 사슴의 장례
"썩어가는 내장이 노출되었으니, 강력한 냄새 기둥이 피어오르고 있었을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그림자 하나가 공터를 스쳤다. 큰 새가 공터 상공을 멤돌고 있었다." p.42
"눈부시게 반짝거리는 파리들로 뒤덮인 사체에서 썩은내가 진동했다. 칠면조 독수리 두 마리뿐 아니라 큰까마귀 한 마리도 사체를 본 게 분명했다. 녀석이 공터를 한 번 맴돌았고 날아가기 전에 여러 번 까악거렸으니까. 큰까마귀는 신선한 살점을 좋아한다. 갓 죽은 게 아니라면 최소한 꽁꽁 언 것을 좋아한다." p.48
"엄청나게 많은 수가 썩는 내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모여 있었다. 노출된 살점은 햇살에 검게 익어갔다. 털가죽 곳곳에 흰 반점이 멍울져 있었다. 금파리 알이 덩어리 진 것이었다. p.50
"코요테 발자국이 사체를 둘러싸고 있었다. 코요테들은 무스의 두꺼운 가죽을 물어뜯어 목에 구멍을 냈다. 큰까마귀도 벌써 먹고 갔다. 가죽에 흰 똥이 떨어진 걸 보면 알 수 있었다. 또 다른 까마귀들도 코요테가 뚫은 구멍을 쪼러 왔다. 나중에는 적어도 열 마리가 넘는 칠면조독수리가 시체를 독점했으며, 그다음은 구더기들이 '청소할' 차례였다. 2주 뒤...(중략)...골격과 그 위를 살짝 덮은 메마른 가죽만 남았을 때, 검은 곰이 와서 남은 것을 언덕 아래로 조금 끌고 갔다. 그로부터 또 2주 뒤, 동물이 쓰러졌던 자리에는 털뭉치 약간만 남았고, 거기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척추뼈와 두개골이 놓여있었다. 아직까지도 신선한 뼈는 호저가 갉아먹었다." p.58-59
"재활용 과정은 자동차나 진드기에서 시작되고, 그다음에 청소동물 새들을 고용했다가 그다음에 파리로, 그다음에 딱정벌레로, 마지막에는 세균으로 옮겨간다...(중략)...파리가 사슴을 해치우고 남긴 찌거기를 곰이 끌고 가지 않았다면, 아마도 수시렁이와 딱정벌레가 대거 찾아왔을 것이다." p.59
"나는 숲에서 사슴의 두개골은 곧잘 발견하지만, 다른 뼈는 거의 보지 못한다. 맨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늘 두개골이다." p. 60


2부 북쪽과 남쪽
"두 주 전, 회갈색 나무들이 우거진 언덕 여기저기에 붉은 얼룩처럼 아메리카꽃단풍 꽃이 피어났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는 연노랑 점을 찍은 듯한 사탕단풍 꽃이 섞였고, 하루이틀 뒤에는 솟구치는 초록 파도에 걸친 흰 천처럼 새하얀 채진목이 흩뿌려졌다." p.93

3장 궁극의 재활용가
"인간이 (또한 다른 영장류가) 다른 동물들과 공통 선조로부터 갈라져 나왔을 때 사냥꾼이었는가 아니면 청소동물이었는가 하는 문제는 뜨거운 논란의 대상...(후략)" p.62
"설령 호미니드가 갓 죽은 동물을 발견했더라도 큰 포식자가 나타나기 전에 고기를 손에 넣어야 했을 것이다." p.71
"현재 통용되는 가설은 인간이 더운 대낮에 사냥함으로써 대부분 야행성인 다른 포식자와의 경쟁을 줄인 점, 그리고 큰 먹잇감을 쫓을 때 지구력 면에서는 다른 포식자에게 맞먹었고 심지어 능가했던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으리라는 것이다." p.71
"소문으로 들은 것 중에서 제일 큰 코끼리는 "엄니가 묵직하니 꽤 커서 36kg이나" 나갔다고 했다. 그러나 호모 에렉투스가 죽였던 매머드는 이런 아프리카 코끼리와 비교한다 해도 거인이었다." p.75
"또 한번은 늙은 수컷 코끼리가"코끼리 총을 25발이나 맞고서야 쓰러졌다."" p.76
"많은 거북종이 수백만년이나 목숨을 부지했던 것은 단순히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호모로 진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호모속 인류가 태평양의 궁벽한 섬들을 점령하는 데 또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p.79
"일단 아프리카 코끼리는 (현재 두 종이 있다.) 멸종하지 않았다. 아마도 인간과 함께 진화했기 때문일 것이다." p.82
"코끼리라는 과제는 애초에 인간을 인간으로 만든 계기였을지도 모른다." p.90
"우리는 시대를 불문하고 궁극의 청소동물이었다. 석탄림은 물론이거니와 지구의 동물 생산량 중 막대한 부분이...(중략)... 재순환을 거쳐 지속 가능한 지구 생태계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로 곧장 들어오고 있다." p.90-91
"우리가 늘 더 많은 자원을 추구하는 욕구를 억제하기란 영영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성장을 멈출 수 있으며, 그렇게 한다면 더 많은 선택의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p.91

4장 북방의 겨울, 새들의 세상
"...새들의 노래에서 특정 기능을 읽어내노라면, 안타깝게도 내 마음에서 새들이 다소 기계적인 존재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큰까마귀는 다르다...(중략)...큰까마귀는 비록 빈도는 드물어도 연중 어느 때고 노래한다." p.106-107
"큰까마귀는 포가 묘사햇듯이 '섬뜩'하고 '음침'하기는 커녕 세상에서 제일 명랑한 새다." p.109
"두 새는 족히 1시간쯤 하늘에서 춤을 췄다. 그동안 두 새가 서로 1미터 이상 떨어진 순간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더니 새들이 새까만 벼락처럼 구름으로 뛰어들었다. 새들은 날개를 접은 뒤 거의 수직으로 떨어졌고, 다시 바람을 타더니 우아하게 나선을 그리며 도로 올라갔다. 그러고는 다시 돌멩이처럼 추락했다. 그것은 소리와 움직임으로 구성된 발레였다." p.113

5장 독수리 떼
"그러다가 어디에서 신호라도 받은 듯이 갑자기 사방에서 독수리들이 급강하했다. 독수리들은 이제 구태여 나무에 앉았다가 가지 않고 골짜기로 곧장 내려갔다. 독수리들은 날개를 전혀 움직이지 않은 채 내가 앉은 절벽가를 지나쳐 곤두박질쳤다. 바람이 날갯깃을 갈라서 마치 태풍에 나부끼는 깃발처럼 펄럭펄럭 붕붕 소리가 났다. 독수리들이 밑으로 내려가면 더 많은 독수리가 나타났다." p.118
"사체처리는 고대로부터 내려온 작업이었음에 분명하다. 예나 지금이나 장의사는 사형 집행인과 구별되지 않을 때가 많다. 장의사이든 사형 집행인이든, 그 일을 캍는 존재는 핵심적인 연결고리였다. 그런 존재가 없다면 생명은 진작 멎었을 것이다." p.120
"콘도르는 폭격기 같았다. 날개를 평평하게 펼친 자세는 칠면조 독수리가 글라이더처럼 날개를 쳐든 자세와는 사뭇 달랐다. 새는 크고 검고 머리는 옅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새의 날개 아래쪽 앞부분에 큼직한 흰 띄가 있는 것으로 보아 다 큰 녀석이었다." p.130
"유럽인이 유입된 후에는 새가 서식지 파괴, DDT와 납중독을 겪었다. 슬프게도 몇몇 독수리에게 '야생'은 더 이상 알맞은 서식지가 못 된다." p.133
"요즘 우리는 인간이 초래한 멸종의 시대를 겪고 있다...(중략)...여러 원인 중 제일 가는 것은 그동안 그들의 먹이기반이었던 방대한 유제류 개체군을 인간이 격감시켰다는 점이다. 더구나 우리는 전통적으로 대형 장의사 동물들을 그다지 존경하지 않는다. 존경하기는커녕, 죽은 동물을 먹고 사는 청소동물을 죽이는 일을 장려했는데, 여기에는 그들을 살해자로 여겨서 비난하는 시각이 한몫했다." p.134


3부 식물 장의사들
"식물은 장의사가 아니다. 그러나 궁극의 생화학자이다." p.143

6장 생명의 나무
"어떤 나무들은 우리 동물의 기준으로 보자면 영원히 사는 듯하다...(중략)... 오늘날 살아있는 개체 중 몇몇은 예수가 살았던 시절에도 거인이었을 테니, 정말로 불멸하는 게 아닐까 싶을 지경이다...(중략)...그런데 이런 최대 수명은 각 개체의 실제 수명과는 거의 관련이 없다. 대개의 나무는 어릴 때 죽는다." p.146
"나무를 뚫는 딱정벌레와 송곳벌이 갓 죽은 나무에서 빠져나와 생애주기를 완료하면, 그 뒤로 수많은 다른 곤충이 살기에 적합한 서식지가 남는다...(중략)...이윽고 나무껍질이 몸통에서 벗겨지기 시작한다. 그러면 더 많은 서식지가 열리고, 또 다른 곤충과 거미가 쉴 곳을 찾아서 이주해온다." p.160
"일단 균류가 죽은 나무에 자리 잡으면 이후의 분해과정은 대부분 균류가 담당한다...(중략)...균류가 나무를 분해함으로써 토양 형성을 돕는 역할은 과소평가된다 싶기도 하다." p.164
"우리는 늦여름과 가을마다 유황버섯이라고도 불리는 덕다리 버섯을 찾아서 숲을 뒤진다. 이 버섯은 '숲의 닭고기'라고도 불리는데, 왜냐하면......닭고기 같기 때문이다." p.166
"나무의 분해는 동물에 비하면 답답할 정도로 더디게 진행된다. 하지만 과정이 마무리되기 전에도, 죽어가는 와중에도, 나무는 여러 생명을 부양한다." p.167
"서서 죽은 나무는 숲의 건강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이다." p.167
"개울가에 자라는 나무는 물에 그늘을 드리워 시원하게 만들어줌으로써 송어가 숨을 쉬게 한다. 송어는 산소가 많이 필요한데, 따뜻한 물에는 산소가 많이 녹아 있지 않다." p.174
"죽어서도 여태 서 있던 나무는 결국 쓰러져서 상당히 다른 종류의 생물들로 구성된 생태계를 만들어낸다." p.175
"지금까지 밝혀진 제일 중요한 사실은, 썩어가는 나무가 숲의 영양순환에 영양분을 공급하며, 이전에 (일부)사람들이 짐작했던 것보다 숲 건강에 훨씬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질소) p.178
"사람들은...(중략)...늙거나 죽은 나무를 베고 그 대신 젊고 '건강한' 나무를 심곤 한다. 그러면서 인간이야말로 신이 지구에 선사한 위대한 분해자라고 우쭐할지도 모른다. 자연의 나무들은 수만그루의 후손 중 한 그루만 살아남아 번식하는 과정을 40억년 간 겪으면서 선택된 것인데도, 우리는 유전자조작된 '우월한' 품종을 심으면서 그런 나무가 자연이 만든 나무보다 더 '환경적'이라고 여긴다." p.182

7장 똥을 먹는 벌레
"코끼리 떼가 얼마 전에 지나간 곳을 밤중에 가보면, 혹은 낮에 양동이에 담아두었던 신선한 똥을 밤중에 땅에 쏙으면, 걸걸한 기침소리 같던 사자들의 포효가 시작된 직후 나지막이 윙윙거리는 소음이 들려올 것이다. 소똥구리 수백 마리가, 나중에는 수천 마리가, 똥무더기를 정확하게 겨냥하여 날아오는 소리다." p.185-186
"...소똥구리들은 똥 무더기를 검사하기는 해도 당장 빚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 대신 한창 공을 받고 있는 녀석에세 다가가서 거의 다 완성된 공에 올라탔다. 공을 빚는 녀석이 수컷이고 올라탄 녀석이 암컷이라면, 암컷은 공에 몸을 착 붙인 뒤 꼼짝하지 않았으며 수컷은 암컷을 받아들이고 계속 똥을 굴렸다." p.187-188
"혼자서 혹은 둘이서 공을 굴리는 소똥구리들은 무작위로 고른 듯하지만 일관된 방향으로 전진했다." p.188


4부 물에서 죽다
"매장은 땅에 뿌리박는 것이다. 보통은 원래 살던 곳에서. 그러나 지구의 대부분을 덮은 바다에서는 살던 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동물이 죽곤 한다. 고래 주검처럼 큰 사체는 차고 어두운 바다 밑으로 수 킬로미터나 가라앉는다. 연어는 생애 대부분을 바다에서 살지만, 마지막에는 내륙으로 들어와서 죽은 뒤에 민물에 묻힌다. 죽은 연어가 재순환되어 발생하는 효과는 연어가 살던 바다가 아니라 육지에 더 크게 미친다." p.205

8장 연어의 죽음, 그리고 생명으로의 순환
"곰이 안 먹고 버린 연어는 언뜻 '낭비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생태계의 시각에서 보자면, 곰의 까다로운 식성 덕분에 다른 동물들이 먹이를 얻는다." p.208
"연어들은 고향의 민물로 진입한 직후부터 몸에서 호르몬이 분비되어 생리구조가 바뀐다. 홍연어는 외모도 바뀐다. 고향으로 돌아오는 홍연어는 턱이 더 길어지고, 등에 혹이 나고, 몸통이 새빨갛게 변한다. 산란을 마치면 생리학적으로 유도된 노화가 갑작스레 진행된다. 신체조직이 말 그대로 해체되다시피 하여, 연어는 결국 태어난 곳에서 죽는다...(중략)...연어의 때이른 듯한 죽음은 '적자생존'의 진화 원리에 의거하여 설명하기가 좀 더 어렵다." p.208-209
"...적자생존 개념에 대한 우리의 표준적인 이해에 따르자면, 죽음을 향해 서둘러 가속을 밟는 현상은 벌어져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틀린 생각이다. 사실 진화적 논리에 따르면 번식 이후에 계속 사는 것은 무의미하다." p.209
"연어의 선택은 자진하여 굶어 죽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언젠가 탈진할 게 확실하니까. 또한 확실한 사실은, 아무것도 먹지 않는 선택을 했으니 자신이나 친구의 알 또는 새끼를 먹을 일도 없다는 점이다." p.211

9장 다른 세계들
"죽은 고래는 가라앉기 시작한다. 저승처럼 어둡고 차가운 물속으로. 위에서 내려오는 선물을 먹고 살도록 분화한 가지각색의 생물이 붐비는 곳으로. 그곳의 생명들은 우리에게 기묘해보인다." p.215
"고래 시체의 일부는 바다 바닥까지 떨어진다. 수심이 150미터가 넘으면 광합성이 불가능하므로, 그런 깊은 곳에서는 식물은 살지 않고 동물만 산다. 그곳에 적응한 동물들은 위에서 내려오는 선물에 의존하거나 서로 잡아먹는다." p.216
"해양 생태계 개부분은 궁극적으로 수면에서 포착한 태양에너지에 의존하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몇 십 년 동안 다른 형태의 생명도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새로운 두 생태계가 발견되었다." p.217
"최근에 발견된 이 '열수분출구' 생태계에서는 황을 먹는 세균들이 벌레, 조개, 게, 그밖에도 더 많은 생물들의 먹이가 되어준다. 해저에서 새롭게 발견된 두번째 생태계는 '냉수분출구'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식량으로 삼는다...(중략)...두 생태계 외에도 독특한 세번째 생태계가 있다. 바로 죽은 고래에 의존하는 생태계이다." p.218
"낙하한 고래의 주검은 종 다양성이 풍부한 섬과 같다. 청소동물들은 모종의 수단을 써서 현장에 나타나는데, 우리는 아직 그 방법을 모른다." p.221
"19세기와 20세기의 남획으로 고래 개체수가 크게 줄었으니, 요즘은 이 한시적인 생명의 '섬'들이 예전보다 더 드문드문 분호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 간격이 더 벌어지면, 언젠가는 청소동물이 섬에서 섬으로 이주할 수 없는 순간이 올 것이다." p.221
"그런 플랑크톤이 남기는 불멸의 잔해는 바로 백악과 백악으로 만들어진 바위다." p.222


5부 변화
"문화는 지나간 시대의 생물로 만들어진 우리 발밑의 백악이나 석회암과 같다." p.231

10장 새로운 생명과 삶으로의 탈바꿈
"박각시의 섬세한 색깔배합은 빨려들 듯 매혹적이다. 털처럼 보이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털이 아닌 비늘털로 덮인 부드러운 몸통에는 다양한 명암의 회색에 검은색, 새하얀 색, 깊은 갈색, 노란색, 보라색, 분홍색, 루비 같은 붉은색, 에메랄드 같은 초록색이 섞여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다채로운 조합과 무늬를 자랑한다." p.235
"...왜 생물이 변태하는가...(중략)...정석적인 설명은 이렇다. 변태는 성체에 도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성장의 기능이고, 그 과정에서 동물은 과거 진화의 역사에서 거쳤던 형태를 차례차례 다시 발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p.238
"다랑어와 달리 고래 태아에게는 포유류와 같은 앞뒷다리가 있으므로, 배아를 보면 고래가 형태는 어류를 닮았을지언정 어류가 아니라 포유류임을 유추할 수 있다." p.238
"다윈은 산호의 유생이 새우처럼 자유유영하는 형태임을 지적했다.: p.238-239
"이 가설에 따르면, 이런 동물들은 바다에서 체외수정을 하던 고대 어느 시점에선가 다른 종과 결합하여 잡종이 되었다. 그래서 두 번째 유전자 지침을 품게 되었고, 그 지침은 환경 조건이 알맞을 때 활성화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이런 동물은 두 동물이 혼합된 키메라이고, 첫 번째 동물이 살다 죽은 뒤 두 번째 동물이 나타난다. 서로 다른 두 생물이 한 몸을 재활용하여 순차적으로 살게 됨으로써 변태라는 현상이 등장했다는 이 발상은 언뜻 터무니없어 보인다." p.241
"우리 인간의 변형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새로운 특징이 추가된다. 첫째, 우리의 변화는 점진적이고 평생에 걸친다. 둘째, 유전자만이 아니라 뇌도 지시를 내린다. 우리의 뇌는 사상을 통해서 거의 말 그대로 환생을 초래할 수 있다.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사람들의 환생도." p.244

11장 믿음, 매장, 영원히 이어지는 생명
"봄이면 나는 간밤에 쌓인 눈이 낮의 햇빛에 녹아서 웨이퍼처럼 바삭해진 것을 밟으면서 걷는다." p.257
"그러나 현대인의 화장은 의식이 아니다. 모두의 서식지인 지구생물권을 존중하는 방식도 아니다. 그보다는 소각에 가깝다." p.260
"우리는 인간도 동물이고, 생명 순환의 일부이고, 먹이사슬의 일부라는 사실을 부정한다." p.260
"막상 우리는 수십억 마리의 동물을 죽이고 그밖에도 더 많은 생명이 의지할 수 있는 자원을 영구적으로 제거하면서, 우리가 죽은 뒤에 다른 동물들이 우리를 먹는 것은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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